투표자의 4.4%… ‘의석 3석’ 수치
위성정당 등장한 21대부터 급증
“정당 난립에 공약조차 알 수 없어”
“‘차악’이라도 찍으려고 했지만 비례정당이 너무 많아 공약조차 비교하기 어려웠다. 결국 일부러 여러 곳에 기표해서 무효표를 만들었다.”(대전 유성구에 사는 대학생 강모 씨·26)
“비례대표 정당 투표란에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 없어서 깜짝 놀랐다. 이름이 생소한 정당뿐이어서 어디에도 투표하지 못했다.”(서울 구로구 회사원 김모 씨·34)
4·10총선 비례대표 선거에서 김 씨와 강 씨처럼 끝내 투표할 정당을 고르지 못해 무효표를 던진 이가 130만여 명에 달해 역대 최다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투표자 2965만여 명 중 4.4%에 달하는 수치다.
1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비례대표 투표 결과에 따르면 무효표는 130만9931표(4.4%)로 국민의미래(36.7%), 더불어민주연합(26.7%), 조국혁신당(24.3%)에 이어서 4번째에 해당했다. 개혁신당(3.6%), 녹색정의당(2.1%), 새로운미래(1.7%) 등도 앞지른 수치다. 개혁신당이 비례대표에서 2석을 얻은 것을 감안하면 ‘무효표’만으로 3석가량 의석 확보가 가능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비례대표 선거에서 무효표의 비율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고 거대 양당을 중심으로 꼼수 위성정당이 만들어진 21대 총선부터 급증하고 있다. 병립형 비례대표제가 실시됐던 18∼20대 총선 때는 무효표 비율이 각각 1.6%, 2.2%, 2.7%에 그쳤지만, 21대 총선 때 무효표가 122만여 표로 전체 4.2%를 기록한 데 이어 이번에는 더 늘어난 것.
정치권에서는 결국 이번에도 거대 양당이 국민의미래, 더불어민주연합 등 꼼수 위성정당을 경쟁적으로 만들고, 역대 최다인 38개 비례대표 정당이 난립해 투표용지가 역대 최장인 51.7cm에 이르면서 유권자 혼란과 반발이 극대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비례대표 제도가 왜곡되면서 유권자들이 정당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투표장에 들어가고 있다”며 “22대 국회에선 이해당사자인 국회의원이 아닌 외부 전문가들이 선거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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