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최연소 당선인 인터뷰
“지난 2년간 당이 자정작용 못해
TK의원들에 당선뒤 전화했더니… ‘용태야 적당히 해라’ 소리 들어
여당內 ‘레드팀’ 역할 맡을것”
“지난 2년 동안 대통령과 다른 목소리를 내려 하면 묵살하고 내쫓으려는 모습을 보며 국민들은 국민의힘이 자정 기능을 상실했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국민의힘 김용태 당선인(34·경기 포천-가평)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당이 (대통령의 잘못을 바로잡아 가는) 이런 자정 작용을 하지 못해 말도 안 되는 (여당의 총선 참패) 상황이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당이 중도층의 입장을 대변하려는 목소리를 내는 것이 대통령실을 공격하는 게 아님에도 대통령실이 오해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며 “대통령실이 (중도층 외연 확장을 위해) 당에 공간을 더 열어 달라. 대통령실이 여당의 목소리를 더 들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2022년 이준석 당시 대표가 윤 대통령, 친윤(친윤석열) 핵심들과의 갈등 과정에서 물러나고, 친윤들이 지난해 3·8전당대회에서 비윤(비윤석열)계 나경원, 안철수 의원 ‘찍어내기’에 나선 데 이어 여당이 대통령실과 다른 목소리를 내지 못한 채 끌려다닌 수직적 당정 관계가 이번 총선 패배의 주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임을 꼬집은 것이다 .
김 당선인은 “당선되고 TK(대구·경북) 의원들에게 인사 전화를 하니 ‘용태야, 예전처럼 그러면 안 된다. 적당히 해라’라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김 당선인이 그동안 당의 여러 문제에 대해 강하게 비판해 온 점을 염두엔 둔 것.
그럼에도 김 당선인은 “(친윤계가 나경원, 안철수 의원 등) 당 중진 의원들을 조리돌림했던 것 등 절대 해선 안 됐던 비민주주의적인 것들을 바꿔 나가는 것에 내 의무가 있다”며 “여당 내 ‘레드팀(Red Team)’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당선인은 “대한민국 정치는 권력에 줄을 서 왔다. 권력에 아부하고 권력을 대변했다. 국민이 직접 선출하는 국회의원 후보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권력자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해 왔다”며 “이런 구조를 깨겠다”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사상 첫 1990년대생 지역구 국회의원이 되는 김 당선인은 국민의힘 지역구 의원(90명)과 비례대표(18명)를 합쳐 최연소 의원이다. 그는 유승민 전 의원이 대표로 있던 바른정당에서 2018년 정치를 시작했다. 김 당선인은 지난해 국민의힘 3·8전당대회에서 친이준석계로서 당 지도부에 도전한 이른바 ‘천아용인(천하람 허은아 김용태 이기인)’ 중 한 명이다. 이번에 5자 경선을 뚫고 국민의힘 공천을 받았다.
김 당선인은 “경기 포천-가평은 전통적으로 여당이 우세한 지역임에도 ‘윤석열 정부가 잘해서 주는 것이 아니다. 민주당이 싫어서 표를 주는 것이다’란 말을 많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지역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대통령이 국민들과 소통을 많이 해야 한다’, ‘대통령이 더욱 겸손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많이 말했다”며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 때 윤석열 후보, 윤석열 정부가 좋아서 뽑았던 분들인데, 2년 만에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 집권 3년 차에 치르는 총선은 대통령을 상수로 두고 국정운영 능력을 평가받는 선거인데도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얘기만 했다”며 “국민들이 받아들이기에 부족한 점이 많았다”고 했다.
야당이 22대 국회에서 통과를 공언한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김 당선인은 “악법이고 여당에 불리한 측면도 있지만 분명 국민적 의혹이 많은 것도 사실”이라며 “여당이 답을 내려 놓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야당을 향해서도 “너무 밀어붙이지만 말고 여당에도 이를 판단할 시간과 여유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서울 도봉갑에서 이긴 김재섭 당선인(37)과 김용태 당선인의 역할론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는 “김 당선인과도 공부 모임을 만들자고 이야기했다”며 “가까운 젊은 당선인들을 모아 보겠다”고 말했다.
유권자들과 악수를 나누느라 손에 물집이 잡힌 그는 “‘자기 정치만을 위한’ 쓴소리는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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