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사퇴하면서 당대표 궐위 상태가 된 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기로 가닥을 잡았다. 6월 말 7월 초 차기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가 열릴 때까지 실무형 관리형 비대위를 구성하기로 했다.
올여름 새로 출범할 지도부는 4·10 총선 참패 후폭풍을 수습하고, 당내 분출하고 있는 쇄신 요구를 모아 당의 체질을 개선해야 하는 중대한 과제를 안고 있다. 선거 패배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 수직적 당정 관계를 개선하고, ‘영남 중심’에서 ‘수도권 중심 정당’으로 당 체질을 개선하는 등 과제가 주요하게 꼽힌다.
이를 위해서는 주요 국정 현안과 이슈, 수도권 민심을 정확하게 파악해 대통령에 가감없이 전달하고 과감하게 쓴소리도 할 수 있는 ‘레드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이번 총선에서 고배를 마신 인사들 대부분이 수도권에 몰려 있는 만큼, 오는 19일 낙선자 모임에서도 비슷한 결의 목소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당대표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윤재옥 원내대표의 임기는 21대 국회가 끝나는 다음달 29일까지다. 별다른 조치가 없으면 전임 한동훈 비대위 임기 종료에 맞춰 6월 말 또는 7월 초 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
이날 열린 당선자 총회에서는 다음 달 초중순 새 원내대표 선출 전까진 윤 원내대표가 비대위를 이끌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윤 원내대표가 전대까지 직접 비대위원장을 맡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차기 당대표 후보군으로는 수도권 격전지에서 생환한 비윤 중진, 친윤 중진, 830(1980년대생 30대 2000년대 학번) 기수론 등이 거론된다. 우선 총선 패배 직후인 만큼 쇄신형 인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총선 구도를 휩쓴 정권 심판론에도 격전지에서 생환한 나경원·안철수·윤상현·김태호 등 비윤 중진 그룹이 있다.
나 전 의원은 총선 최대 격전지 서울 동작을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영입인재 류삼영 전 총경을 꺾었고, 안 의원은 경기 성남 분당갑에서 옛 친노(노무현)계 좌장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을 제쳤다. 윤 의원은 야당 텃밭 인천에서 5선 고지를 밟았다. 김 의원은 당의 요구로 지역구를 바꿔 험지에서 이겼다. 친윤계와 각을 세운 점도 공통점이다. 나 전 의원은 지난해 전대에서 친윤계 압박에 밀려 출마 의사를 접었고, 안 의원과 윤 의원은 윤심을 앞세운 김기현 의원에 밀려 탈락했다.
충격요법으로 김재섭 서울 도봉갑 당선인을 포함한 ‘830(1980년대생 30대 2000년대 학번) 기수론’도 거론된다. 김 당선인은 당선 후 용산에 ‘할말은 해야 한다’는 태도를 견지해 왔다. 윤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는가 하면, 전날 CBS라디오에서는 국민의힘에 꼭 필요한 대표상으로 “쇄신과 대통령실로부터의 독립성”을 들고 “행정부를 견제하는 입법부로서의 여당의 역할을 방기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친윤(윤석열)계를 중심으로 국정안정을 위한 인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윤 대통령 임기가 아직 3년이나 남아 쇄신형 당대표들이 나서면 당정 관계가 악화될 수 있는 만큼, 정치력과 안정감을 갖춘 중진이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친윤계이나 합리적이라는 평을 듣는 권성동·권영세 의원 등이 유력 후보군이다.
새로 출범할 지도부는 총선 패배 원인을 분석하는 총선백서를 작성하는 것도 중요한 숙제다. 김재섭 당선인은 이날 총회 후 기자들에게 “지도체제 논의보다는 우리가 왜 선거에서 패배했는지에 대한 백서를 치열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4년 전 21대 총선 패배 직후에도 미래통합당은 참패 원인을 분석, 기록하는 총선 백서를 발행한 바 있다. 당시 백서는 △중도층 지지 회복 부족 △선거 종반 막말 논란 및 여당 막말 쟁점화 미흡 △최선의 공천이 이뤄지지 못함 △중앙당 차원의 효과적인 전략 부재 △탄핵에 대한 명확한 입장 부족 등을 패배 원인으로 꼽았다.
이외 당원투표 100%로 당대표를 뽑는 현행 전당대회 룰을 개정하거나 당대표를 따로 선출하는 현재의 단일지도체제를 집단지도체제로 바꾸는 방안도 회자된다. 지난해 3월 전당대회부터 적용된 당원투표 100% 룰을 다시 당원 70%·일반 여론조 30%로 되돌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일각에선 민심 반영 비중을 높이기 위해 당원 50% 일반 여론조사 50%로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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