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16일 4·10총선 참패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영수회담이나 야당과의 협치 계획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4시간여 뒤 윤 대통령의 비공개 발언을 소개한 뒤 영수회담 가능성에 대해 “모두가 다 열려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총선 참패 후 처음으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에 책임을 다하면서 국회와도 긴밀하게 더욱 협력해야 할 것”이라며 “민생 안정을 위해 필요한 예산과 법안은 국회에 잘 설명하고, 더 많이 소통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회와의 협력·소통 강화를 강조한 대목이지만 ‘야당’ ‘협치’ ‘영수회담’ 등 구체적인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다.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 등 거대 야당과의 협치를 통해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입법 협조가 절실한 상황에서 나온 윤 대통령의 발언으로는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국회와의 협력이나 야당과의 소통 강화 기조를 윤 대통령이 직접 밝힌 것”이라며 “국무회의 발언 형식에서 영수회담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의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지만 대통령실은 일단 회담 가능성을 열어두는 분위기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가 요구하는 회담을 수용할 계획이 있느냐’란 질문에 “윤 대통령이 ‘국민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겠다. 못할 게 뭐가 있느냐’고 했는데 그 안에 다 포함돼 있다”며 “국회는 5월 말 새롭게 열리고 이후 원 구성이 되는데, 그러면 어떤 시점이 국회와 소통하기 적절한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야당과 소통할 때도 늘 여당이 함께해야 하는 측면도 있다”면서 “아직 여당의 지도체제가 완전히 갖춰진 것은 아닌 것 같아 여당을 위해서도, 야당을 위해서도 최소한의 물리적인 시간은 필요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31일 2024년도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에서도 초당적 협력을 언급했으나, 구체적인 협치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윤 대통령은 당시 “지금 우리가 처한 글로벌 경제 불안과 안보 위협은 우리에게 거국적, 초당적 협력을 요구하고 있다”며 “당면한 복합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힘을 모아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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