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 정원 증원 규모를 일부 조정할 수 있게 하자는 국립대 총장들의 건의를 정부가 19일 전격 수용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의정 갈등을 하루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참모들의 의견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은 1일 대국민 담화에서 의료계가 통일안을 가져오면 2000명을 고수하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면서 “2000명 증원 규모에 대해 유연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는 참모들의 의견을 이미 수용해온 것”이라고 했다. 다만 증원 여부를 두고 고심해온 정부가 이날 전격적으로 조정안을 발표한 건 결국 의정 갈등을 총선 전에 해결하지 못한 게 4·10총선 참패의 원인이 됐다는 판단도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 총선 이후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는 등 상황이 악화되자 의정 갈등 출구를 확보해야 한다는 기류가 대통령실 내부에서 팽배한 것도 이번에 조정안을 낸 배경으로 보인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모집인원 감축 발표 등을 국립대 총장들에게 먼저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대통령실은 이러한 논의 사실을 알고는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구체적인 감축안이나 가이드라인을 정하거나 지시한 적은 없다는 게 대통령실의 입장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국립대 총장들이 전날(18일) 2025학년도 대입에서 증원된 의대 정원을 상황에 따라 절반까지 줄여서 모집할 수 있게 해달라고 교육부에 건의했고, 이에 즉시 검토에 들어갔다고 한다. 성태윤 대통령정책실장 등 참모들은 이 건의가 합리적이라 판단해 윤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윤 대통령도 이를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립대 총장들이 건의한 자율 조정을 수용하면서 길고 긴 의정 갈등의 출구전략을 찾은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이번에 갑자기 입장을 선회한 것은 아니란 입장이다. 그동안은 의료계에서 합리적 근거에 바탕을 둔 의견을 제출해주지 않아 숫자를 바꿀 수 없었다는 것. 대통령실 관계자는 “합리적 대화는 언제든지 열려 있었음에도 ‘윤 대통령이 2000명을 고집한다’는 식으로 굴레가 씌워졌던 것”이라고 토로했다. 또 “정부가 합리적으로 계산한 것들을 아무 근거 없이 바꿀 순 없었다”라고도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의료계에 객관적 근거와 의견을 모아서 제출해 달라고 했는데 그동안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대학별 조정에 들어가도 의대 증원 규모가 반 토막 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대학들이 자율 조정을 한다고 하더라도 의대 증원은 1500명을 넘을 것”이라며 “사립대의 경우 원래 규모대로 증원하겠다는 학교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2월 6일 국무회의에서 “국민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의사 인력 확대는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고 강조하며 의대 증원 입장을 처음 밝힌 바 있다. 이후 이달 1일에는 50분간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의료계가)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라면서도 2000명 증원의 정당성을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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