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은 4월 13일(이하 현지 시간) 이란으로부터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하이브리드 공습을 받았다. 이스라엘군 탐지 자산이 자국 영토에서 식별한 공중 표적만 331개에 달했다. 이 가운데 110개는 탄도미사일, 185개는 장거리 자폭 드론, 나머지가 순항미사일이었다. 탄도미사일·드론·순항미사일이 전쟁에 사용된 지는 오래됐지만, 이토록 짧은 시간에 많은 장거리 타격 무기가 집중 투발된 것은 사상 처음이었다. 그렇기에 큰 피해가 예상됐지만, 공식적으로 확인된 이스라엘 사망자는 ‘0명’이었다.
이란 미사일·자폭 드론 331발 모두 방어
드론과 순항미사일은 단 1개도 이스라엘 영공에 접근하지 못했고, 탄도미사일은 대부분 상승·중간 단계에서 고장으로 추락했다. 이스라엘 영공에 진입한 탄도미사일 상당수는 미국까지 가세한 이스라엘의 다층 방공망에 의해 차단됐다. 지상에 떨어진 미사일 7발이 입힌 피해라고는 지상에 주기된 수송기 1대의 경미한 파손에 불과했다.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이 100개가 넘고, 이스라엘 영토가 아주 좁은 점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기적 같은 결과다.
이스라엘은 경북·대구·포항·울산을 합친 면적 정도 작은 나라다. 이 좁은 땅의 60%는 사막이라 인구 밀도가 상당히 높다. 바꿔 말하면 미사일이나 드론이 거주 구역을 타격되면 인적·물적 피해가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주변 아랍 국가들에 비해 영토가 좁고 가진 자원이라곤 사람뿐인 이스라엘은 이런 피해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은 오래전부터 국토 방어, 특히 방공 분야에 많은 투자를 해왔다. 그렇게 구축된 다층방어체계는 하마스와 여러 차례 공방전에서 대량의 로켓을 막아냈고, 이번 이란의 공격도 성공적으로 방어함으로써 가치를 입증했다.
이스라엘은 영토 면적에 비해 대단히 많은 방공 부대를 운영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무기의 사거리·요격고도에 따라 하층·중층·상층 방어체계가 구축돼 있다. 이 방어체계는 다시 6가지 방공 자산으로 분류된다. 하층 방어의 가장 낮은 수준은 ‘아이언돔’이 맡는다. 사거리 70㎞, 요격고도 10㎞ 미사일을 사용하는 아이언돔은 레이더·사격통제소 각 1개와 발사대(20발 장전) 3개가 하나의 포대를 이룬다. 이스라엘에는 이런 포대가 11개나 배치돼 있다. 아이언돔은 드론·순항미사일·로켓·포탄은 물론, 전술탄도미사일에 대해서도 제한적이나마 방어 능력을 갖췄다. 하마스,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을 향해 날린 대량의 로켓탄에 대해 90% 이상 요격률을 보인 바 있다.
중층 방어는 미국제 ‘패트리엇’과 이스라엘제 ‘데이비드 슬링’이 맡는다. 패트리엇은 구형 PAC-2와 신형 PAC-3가 각각 4개 포대씩 배치돼 있다. 이스라엘은 항공기·드론·탄도미사일 모두 요격할 수 있는 GEM/GEM-T 미사일은 물론, 탄도미사일 요격 전용 ERINT 미사일도 보유하고 있다. 패트리엇은 거리 55~185㎞, 고도 15㎞ 범위의 공중 표적에 대응한다. 데이비드 슬링은 거리 250㎞, 고도 15㎞ 범위의 항공기·탄도미사일에 대응할 수 있는 방공무기로 2개 포대가 이스라엘 전역을 방어한다.
365일 이스라엘 영공 지키는 조기경보기
상층 방어는 이스라엘제 애로우-2와 애로우-3 몫이다. 애로우-2는 사거리 100㎞, 요격고도 50㎞ 범위에서 탄도미사일 표적을 방어한다. 애로우-3는 사거리 2400㎞, 요격고도 100㎞ 이상으로, 이스라엘 영공 밖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 같은 전략 미사일도 요격할 수 있다. 애로우-2는 3개 포대, 애로우-3는 1개 포대가 배치돼 이스라엘 전역에 중첩 방어망을 구축하고 있다.
이스라엘 방공 작전에는 이들 5종의 방공무기 말고도 전투기까지 동원된다. 이스라엘 상공에는 1년 365일 내내 조기경보기가 떠 있다. 이 조기경보기의 통제를 받는 전투기들이 이스라엘 영공 외곽에서 장거리 방공 임무를 맡는다. 이들은 하늘에 떠 있는 레이더기지인 조기경보기로부터 표적 정보를 받아 요격 임무를 수행하기에 드론이나 순항미사일 같은 표적은 아주 손쉽게 격추할 수 있다. 최근에는 가공할 센서 성능을 갖춘 F-35I도 방공 임무에 투입되고 있다. 아이언돔, 패트리엇, 데이비드 슬링, 애로우-2, 애로우-3로 구성된 5중 방어망에 전투기 방공망까지 무려 6겹의 방공우산이 이스라엘 영공을 덮고 있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이번 방공작전 성공에는 고도의 팀워크를 발휘한 연합전력의 도움도 큰 몫을 했다. 이란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가 미사일·드론 발사 정보를 제공했다. 미국, 영국, 프랑스, 요르단은 전투기와 군함을 동원해 이스라엘의 요격 작전을 직접적으로 지원했다. 특히 미국은 F-15E 전투기 2개 비행대를 투입해 이란이 보낸 전체 드론 중 70여 대를 이라크·사우디·시리아·요르단 상공에서 격추했다. 시나이반도 남쪽에 대기하던 미 해군 이지스 구축함 2척은 이란 중거리탄도미사일 6발을 요격했다.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이란 서남부 시라즈 지역에서 드론이 여러 대 추락한 것으로 볼 때 페르시아만 일대에서 미군 전자전기가 활동했다는 추측도 나온다.
이란의 공격을 앞두고 뭉친 이들 연합군은 각자 방공작전 권역과 고도를 분리해 혼선을 막고, 책임 구역에서 목표를 요격했다. 이들은 사전에 정보를 공유하며 이란이 언제, 어디서, 어느 방향으로 미사일과 드론을 쏠 것인지 파악하고 있었다. 이에 맞춰 요격 자산을 배치함으로써 미사일과 드론 대부분을 이란·이라크 공역에서 차단하는 데 성공했다. 요격을 피한 탄도미사일이 상당수 이스라엘에 접근했지만, 여러 겹의 방공망을 뚫지 못하고 대부분 격추되거나 엉뚱한 곳에 떨어졌다.
이스라엘의 방공전 승리는 여러 측면에서 그들과 비슷한 처지인 한국이 눈여겨볼 사례다. 한국은 이스라엘처럼 영토가 좁고, 대량의 로켓·탄도미사일·드론 위협에 직면한 나라다. 북한은 최근 신형 전술탄도미사일과 대구경 방사포를 대량 배치했고, 중국은 랴오둥·산둥·지린 일대에 한국을 겨냥한 탄도미사일 부대를 두고 있다. 이런 위협의 심각성에 비해 한국군의 방공 전력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최근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를 구축한다며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긴 있다. 다만 이번 이스라엘 사례를 통해 한국형 방공 전략의 방향성이 잘못됐다는 사실이 입증됐다는 게 필자의 견해다. 한국군은 이스라엘 방공전을 면밀히 분석해 기존 전략과 무기 도입 사업을 전부 갈아엎을 준비를 해야 한다.
미국과 연합통합방공체계 구축 절실
우선 연합통합방공체계를 갖춰야 한다. 현재 주한미군과 방공 작전 공조체제가 구축돼 있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방공(Air Defense)’에 국한된 것이다. ‘미사일방어(Missile Defense·MD)’ 협력과는 거리가 멀고, 미·일 주도로 구축되고 있는 ‘연합통합방공(Combined Integrated Air-Missile Defense)’과는 더욱더 거리가 멀다. 이번 이스라엘 방공전에서 입증된 것처럼 영토가 좁은 나라는 영공 밖 먼 공역에서부터 공중 표적을 최대한 많이 줄여가는 식으로 다단계·다층 방공 전투를 수행해야 한다. 적 미사일이 영공 안으로 들어올 때까지 기다렸다가는 요격 기회가 크게 줄고, 파편에 의한 부수적 피해도 생긴다.
영공 밖에서 적 표적을 탐지·추적·요격하는 공세적 방공을 구현하려면 동맹이나 우방과 협력이 필수다. 넓은 공역을 감시하는 데 레이더·센서·요격 자산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이 방공, 특히 미사일 방어 능력을 구축할 때 사거리·요격고도가 늘어나는 것에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람이 많다. “북한과 중국이 반발한다” “미국 MD체계에 편입돼선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북한·중국의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방어체계를 갖추는 일에 그들 눈치를 보는 것부터가 이치에 맞지 않는다. 미국이 천문학적 돈을 들여 구축한 MD 작전용 감시정찰·요격 자산을 활용하자는 것에 반대하는 주장도 이해하기 어렵다. 그런데 놀랍게도 한국에선 그런 여론이 주류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래서 한국형 미사일방어·방공 시스템 구축은 글로벌 트렌드인 ‘연합방공’이 아닌,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고립방공’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면 방공 작전 전략이라도 잘 짜야 하는데, 이마저도 어려운 모양이다. 현대 방공전은 탄도미사일·순항미사일·드론은 물론, 로켓탄·포탄까지 막아내야 한다. 따라서 방공무기가 다양한 공중 표적에 대응할 수 있도록 다목적화되고, 군종을 뛰어넘어 하나의 지휘통제체계에서 일사불란하게 운용되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군은 적의 드론과 헬기는 천호·비호·신궁·발칸, 항공기는 천궁, 탄도미사일은 천궁-Ⅱ와 패트리엇이 요격하는 식으로 역할이 분리돼 있다. 또한 이들 무기체계에 대한 지휘통제체계도 제각각이다. 북한이 탄도미사일과 사실상 다를 바 없는 대구경 방사포를 대량 배치하는데도 이에 대응하는 통합방공체계를 구축할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그 대신 ‘한국형 아이언돔’, 일명 LAMD 사업을 따로 만들어 방사포 대응은 육군이, 탄도미사일 대응은 공군이 한다는 기상천외한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미사일·방사포 위협 속 한국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미사일·방사포 위협을 받고 있다. 그런데도 해외 사례를 통해 검증된 정답을 외면하고 비합리적·비효율적 방공망을 갖추는 데 수십조 원 혈세를 퍼붓고 있다. 군과 안보 당국자들의 무지 및 사익(私益) 추구 때문은 아닌지 우려된다. 국제 정세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우크라이나·중동에 이어 분쟁이 발생할 지역으로 대만과 함께 한반도가 거론되고 있다. 이스라엘을 교훈 삼아 한국 방공망 구축 사업 실태를 들여다보고 개선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서울 불바다’ 정도가 아니라, ‘대한민국 불바다’를 걱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