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20일 “정치인이 배신하지 않아야 할 대상은 여러분 국민 뿐”이라며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은 배신이 아니라 용기”라고 밝혔다.
한 전 위원장은 이날 밤늦게 페이스북에 “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여러분을, 국민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썼다. 4·10 총선 다음 날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장직을 내려놓은 한 전 위원장이 사퇴 후 입장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 전 위원장은 “누가 저에 대해 그렇게 해 준다면, 잠깐은 유쾌하지 않더라도, 결국 고맙게 생각할 것”이라며 “그게 우리 공동체가 제대로 작동하는 방식일테니까”라고 했다.
이는 국민의힘의 총선 참패 이후 연일 한 전 위원장 책임론을 제기해 온 홍준표 대구시장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홍 시장은 이날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 “윤석열 대통령도 배신한 사람”이라고 한 전 위원장을 비난하는 글을 남겼는데, 한 전 위원장의 글은 이에 대한 반박으로 읽힌다.
한 전 위원장은 비대위원장 시절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귀국,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사퇴 등과 관련해 대통령실에 다른 목소리를 내며 갈등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한 전 위원장은 정치권 복귀에 대한 뜻도 내비쳤다. 그는 “정교하고 박력있는 리더쉽이 국민의 이해와 지지를 만날 때 난관을 헤쳐 나갈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면서 “정교해 지기 위해 시간을 가지고 공부하고 성찰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정치 무대로 복귀할 것임을 시사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다만 시간을 갖고 공부하고 성찰하겠다는 것은 당장의 전당대회가 아닌 시간을 좀 더 두고 복귀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 전 위원장은 총선 결과에 대해서도 재차 사과했다. 그는 “저의 패배이지 여러분의 패배가 아니다. 여러분은 정말 대단하셨다”라며 “뜨거웠던 4월, 5960킬로 방방곡곡 유세장에서 뵌 여러분의 절실한 표정들을 잊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함께 나눈 그 절실함으로도 이기지 못한 것, 여러분께 제가 빚을 졌다. 미안하다”고 했다.
그는 “열흘이 지났다. 실망하시고 기운 빠지실 수 있고, 길이 잘 안 보여 답답하실 수도 있지만, 그래도 같이 힘내시죠. 결국 잘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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