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오찬 제안에 한동훈 “참석 어려워”…갈등 다시 수면위로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21일 20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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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경기도 평택 소재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거행된 제9회 서해수호의날 기념식을 마친 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2024.03.22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경기도 평택 소재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거행된 제9회 서해수호의날 기념식을 마친 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2024.03.22 대통령실 제공
“이관섭 대통령비서실장께 지금은 건강상 이유로 참석하기 어렵다고 정중히 말씀드렸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19일 이 실장을 통해 대통령실 오찬 회동 제안을 받은 사실과 함께 거절 이유를 21일 직접 밝혔다. 여당이 총선 패배 책임이 윤 대통령에게 있는지, 한 전 위원장에게 있는지를 두고 파열음을 내는 가운데 총선 국면에서 불거진 ‘윤-한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한 위원장은 전날 밤 페이스북에는 “정치인이 배신하지 않아야 할 대상은 국민뿐”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과 최근 회동한 홍준표 대구시장이 이날 한 전 위원장을 겨냥해 ‘윤 대통령도 배신한 사람’이라고 지칭한 직후였다. 표면적으로 홍 시장의 ‘한동훈 배신자론’에 대한 반박이지만 실제로는 윤 대통령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며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 위원장이 윤 대통령과 홍 시장 간 회동을 자신을 공격하기 위한 합심으로 보고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여권에서는 “총선 국면에서 봉합되지 않은 ‘윤-한 갈등이 총선 패배 책임론 속에 다시 드러나면서 두 사람 간 갈등의 골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한 갈등’ 다시 수면 위로

윤 대통령은 19일 오전 이 실장을 통해 한 전 위원장에게 22일 오찬 회동에 초청한다는 뜻을 전했다. 당에도 윤 원내대표를 통해서 비대위 전원과 만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통화하며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고생한 당 지도부를 격려하기 위한 오찬”이라며 “대통령이 총선을 치렀던 당 비대위와 선거 후 만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한 전 위원장은 꼭 참석해야 한다. 건강이 회복되고 만나면 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당장 회동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민의힘 정희용 수석대변인은 21일 “윤 원내대표는 19일 대통령실로부터 ‘한동훈 비대위’ 오찬을 제안받은 바 있지만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여권에서는 총선 국면에서 김건희 여사 디올백 수수 논란을 둘러싸고 일어난 ‘1차 윤-한 갈등’, ‘이종섭 논란’으로 불거진 ‘2차 윤-한 갈등’에서 봉합되지 않은 앙금이 총선 참패 책임을 둘러싼 ‘윤-한 3차 갈등’으로 이어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의대 정원 증원 문제에서 자신과 다른 목소리를 내온 한 전 위원장에게 강한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선거는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인 만큼 대통령실과 당이 합심해 치러야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오찬 초청 전 윤 대통령과 만난 홍 시장이 연일 “한동훈은 윤 대통령의 그림자에 불과하다 . 주군에 대들다 폐세자가 됐다” 등 발언으로 한 전 위원장을 정면 비판했다. 홍 시장이 한 전 위원장에 대한 윤 대통령의 ‘배신감’을 대신 드러내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한 전 위원장이 이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내며 윤 대통령의 오찬 초청을 거부했다는 것이다.

韓 “잘못 바로잡는 건 배신 아닌 용기”

한 전 위원장이 차기 대선 주자 행보를 염두에 두고 윤 대통령과 거리두기를 한다는 해석도나왔다.

한 전 위원장은 전날 총선 참패 책임을 지고 사퇴한 지 10일 만에 페이스북을 통해 첫 입장을 밝혔다. 그는 “한동훈은 윤 대통령도 배신한 사람”이라는 홍 시장의 발언을 염두에 둔 듯이날 ‘배신’을 세 차례나 언급하면서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은 배신이 아니라 용기”라며 “누가 저에 대해 그렇게 해준다면 잠깐은 유쾌하지 않더라도 결국 고맙게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여당 관계자는 “김 여사 디올백 수수 논란, 이 전 대사 논란 등에서 한 전 위원장이 목소리를 낸 것은 대통령을 배신한 것이 아니라 국민 목소리를 전하며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용기를 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전 위원장은 “정교하고 박력있는 리더십이 국민의 이해와 지지를 만날 때 난관을 헤쳐 나갈 수 있다”며 “정교해지기 위해 시간을 가지고 공부하고 성찰하겠다”고 밝혔다. 당내에선 “한 전 위원장이 대권 도전 의지를 확실히 드러낸 것”이란 이야기가 나왔다.

한 전 위원장은 자신이 영입한 국민의힘 당선인들에게 전화를 돌려 “제가 정치로 끌어들였는데 자리를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 저보고 당에 들어오신 것 안다.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말하며 당 복귀를 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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