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건설 중인 고속국도 터널 9곳 중 8곳에서 내화 설비(화재에 견디는 설비) 수준이 현행 국토교통부 지침에 미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22일 한국도로공사에 대한 정기감사 결과 보고서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건설 중인 고속국도 터널 9곳 가운데 경부고속국도 지하차도의 내화 설비만 현행 지침을 충족시켰다. 나머지 8곳(한강터널·남한산성터널·방아다리터널·완산터널·상관터널·비암터널·신원1터널·천황산터널)은 현행 지침에 미달한 것. 8곳의 터널은 모두 국토부 지침 제정 전에 착공을 시작해 현재 완공되지 않았다. 앞서 국토부는 2021년 4월 터널에서의 내화 설비 기준을 명시한 ‘도로터널 내화지침’을 제정한 바 있다. 2020년 순천∼완주 고속도로의 터널에서 불이 나 48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고가 계기가 됐다.
감사원은 “건설 중인 터널에 대해 내화지침 등 기준에 부합하는지 검토하고, 내화성능 확보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터널 화재가 발생할 경우 터널이 붕괴해 고속국도에서 대형 사고가 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의 하저 터널인 한강터널은 화재 발생을 가정하고 진행한 시험에서 터널 내벽의 콘크리트 표면 온도가 400도를 넘겼다. 국토부 내화지침에 따르면 이 터널에 사용된 콘크리트는 최고 1350도의 열을 가하는 상황에서도 2시간 동안 한계온도 250도를 넘겨서는 안 된다.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터널이 무너져내리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세종∼포천고속국도의 방아다리터널 등 7곳의 터널은 주 구조체인 ‘라이닝’에 내화 설계가 적용돼 있지 않았다. 감사원은 “(주 구조체인) 라이닝이 손상될 경우 터널이 붕괴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도로공사는 1977년 고속도로 교량 설계 기준이 강화되기 이전에 시공된 노후 교량에 대해 2015년 이후 9년 가까이 하중을 견디는 내하 성능 평가를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장기간의 사용으로 부재의 손상이나 육안으로 확인되지 않은 파손 가능성이 있다”며 “구포 낙동강교의 경우는 내하 성능이 설계 기준에 미달해 보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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