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12일만에… 정무수석엔 홍철호
鄭 ‘이재명 범죄자’ 비판 이력 두고
野 “국정기조 변함 없다고 선언한 셈”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5선 중진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64)을 이관섭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후임으로 낙점하고 신임 비서실장에 임명했다. 4·10총선 참패 12일 만이다. 윤 대통령이 비서실장 후보군으로 여러 인사를 검토하다 친윤(친윤석열)계로 분류되는 5선의 정 의원을 세 번째 비서실장으로 기용하자 야당은 거세게 반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을 찾아 정 신임 실장 인선을 직접 발표하면서 “내각, 여당, 야당, 언론과 시민사회 모든 부분에 원만한 소통으로 직무를 잘 수행할 것”이라고 했다. 인선 초기 검토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경합한 점이,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은 여야 반발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정 실장과 함께 막판 후보군에 오른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는 2016년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시 대표를 지낸 점을 고려했다. 이 때문에 “돌고 돌아 정진석”이라는 지적도 여권에서 나온다.
윤 대통령은 국무총리 후보자 인선에 대해 “시간이 걸릴 것 같다”며 “민주당 이 대표에게 용산 초청을 제안했기 때문에 그(영수회담 준비)와 관련한 여러 얘기를 주고받아야 된다”고 했다. 신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에는 홍철호 전 국민의힘 의원(재선·66)이 임명됐고, 시민사회수석비서관에는 전광삼 전 시민소통비서관이 검토된다.
민주당은 정 실장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뒤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는 점, 이 대표를 “범죄자” 등으로 비판한 점을 두고 ‘협치 불가 선언’이라고 반발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정 실장은 친윤 성향이 강한 매파”라며 “국정기조에 변함이 없다고 선언한 셈인 만큼 영수회담도 형식적인 만남에 그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4·10총선 참패 12일 만인 22일 5선의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64)을 새 비서실장으로 임명한 것은 당정 관계를 유연하게 조정하고, 야당과의 협치를 강화하기 위해 ‘정무형’ 인사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라고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관료 출신에게 두 차례 대통령실 살림을 맡겼던 윤 대통령은 이 같은 인선 방침에 따라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등 정무형 인사를 여럿 검증대에 올려 놓고 고심하다 결국 정 실장을 낙점했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정무수석비서관 출신인 정 실장은 윤 대통령과 동갑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정 실장에 대해 “우리나라 정계에서도 여야 두루 아주 원만한 관계를 갖고 있다”며 “야당과의 관계에서 더 설득하고 소통하는 데 주력하기 위해 임명했다”고 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사자명예훼손으로 실형을 선고받았고 제1야당 (이재명) 대표에게 무수한 막말과 비난을 쏟아낸 인물”이라며 “이런 인물로 국정 전환과 여야 협치에 나서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발했다. 이 때문에 정 실장이 야당과의 협치에서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 “돌고 돌아 정진석”… 尹, 고심 끝 낙점
정 실장은 각각 기획재정부(김대기), 산업통상자원부(이관섭) 관료 출신인 전임자와 달리 언론인, 정치인 출신 비서실장이다. 2016년 가을 정 실장은 서울 강남의 한 식당에서 당시 대전고검 검사이자 1960년생 동갑인 윤 대통령을 처음 만났다고 한다. 2021년 5월 정 실장은 검찰총장을 그만둔 윤 대통령에게 “국민의힘에 입당하라”는 권유를 했다.
이 같은 친분 때문에 인사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정 실장이 허심탄회하게 정국을 조언하고 직언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는 반면, 윤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할 수 있을지를 두고는 의문도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실장이 윤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이 정치를 잘 모른다’고 언급한 사실이 대통령 귀에 들어가 윤 대통령에게 혼쭐이 난 적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애초 비서실장 후보로 검토됐던 원 전 장관의 경우 여소야대 정국을 놓고 총선에서 민주당 이 대표와 맞붙은 점, 윤 대통령과 같은 서울대 법대 검사 출신이라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문재인 정부 핵심 인사인 양 전 원장에 대해선 여야 양쪽에서 반대 목소리가 거셌고, 인선 검토 과정에서 ‘비선 논란’까지 불거진 점이 결정타로 작용했다. 막판까지 정 실장과 함께 후보군으로 거론된 이 전 대표의 경우 2016년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당시 새누리당 대표였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번 인사를 두고 “돌고 돌아 정진석”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 실장도 이 같은 우려를 감안한 듯 일성부터 소통을 강조했다. 그는 이날 “삼봉 정도전 선생이 국가를 경영하면서 백성을 지모로 속일 수는 없고, 힘으로 억누를 수는 더욱 없다고 했다”면서 “600년 된 왕조시대에도 국민을 바라보는 눈높이가 그랬는데 공화국 시대에 오직 국민의 눈높이에서 객관적 관점으로 말씀을 드리려고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 민주당 “협치 의지 없어” 비판
민주당은 정 실장이 과거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사자명예훼손으로 재판 중인 데다 이 대표를 “범죄자” “패륜아”로 지칭한 만큼 협치가 불가능한 인물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의 한 지도부 의원은 “정 실장은 윤 대통령이 듣기 좋아하는 말을 하는 성향의 인물”이라며 “특검법을 비롯해 야당 요구 사항을 받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사실상 영수회담도 빈 수레로 끝날 확률이 높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실장은 현재 1심에서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정 실장은 2017년 6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노 전 대통령 사망과 관련해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씨와 아들이 박연차 씨로부터 수백만 달러의 금품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뒤 부부싸움 끝에 권 씨는 가출하고, 그날 밤 혼자 남은 노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라고 적어 재판에 넘겨졌다.
법조계에선 올해 안에 선고가 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국가공무원법이 ‘당연퇴직’ 대상에서 정무직 공무원을 제외하고 있어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되더라도 비서실장 직무는 수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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