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2대 국회에서 당원 권한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이번 공천 경선 과정에서 비명(비이재명)계 현역 의원이 대거 물갈이되면서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의 힘’이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이 대표가 권리당원 중심의 정당을 강조하며 당 지지층의 주류 세력도 ‘친명’(친이재명)으로 확고하게 가져가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당내에선 “이 대표가 강성 ‘문파’ 당원들을 기반으로 총선과 대선을 이겼던 ‘문재인 모델’을 벤치마킹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이 대표가 권리당원 및 강성지지층의 지지를 기반으로 차기 대권 주자로서의 입지를 굳히려 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李 “선거 승리는 당원 덕분, 역할 더 커져야”
24일 민주당에 따르면 이 대표는 총선 승리 이후 당원들과의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비롯해 당직자들와의 식사 및 행사 등에서 당원 권한 확대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19일에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당원과의 만남’ 행사를 열고 “선거 승리에 당원이 큰 역할을 했으니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고 했다. 이번 공천에서 현역의원 교체율이 40%였다는 점을 언급하며 “(민주당이) 당원 중심의 정당으로 질적 전환했기 때문에 앞으로 역할이 더 커질 것”이라고 강조한 것. 이 대표는 한 당원이 “국회의장 후보자나 원내대표도 당원이 선출하게 하자”고 제안하자 “포퓰리즘으로 흘러갈 수 있어 위험하다”면서도 “장기적으로 논의를 해봐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이 대표는 지난 대선 전만 해도 해도 당의 비주류였다”며 “당내 약한 기반을 극복하고자 자신에 대한 지지가 높은 당원의 힘을 끌어오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실제 이 대표 체제 들어 민주당은 꾸준히 당원 권한을 강화해왔다. 2022년 8월 전당대회 직전엔 권리당원 전원투표를 전국대의원대회보다 우선해 당의 최고 의사결정 방식으로 규정하는 내용의 당헌 개정안이 친명계 주도로 추진됐지만 당 중앙위원회 투표에서 대의원 반발로 최종 부결됐다. 이후 친명 지도부는 지난해 말 기존 60대 1이던 당 대표 선거에서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비중을 20대 1 미만으로 줄이는 내용의 당헌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지난해 3월 비명계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문제 삼으며 당 대표 사퇴를 요구했을 때도 안민석 의원 등 친명계는 “전당원투표로 당원들에게 이 대표 사퇴 여부를 묻자”고 요구하기도 했다.
당 관계자는 “이 대표가 전당대회에 이어 총선 승리로 당을 완전히 장악했기 때문에 당원의 힘이 더욱 세지는 방향으로 가는 건 필연적”이라며 “이같은 당원 권한 확대 기조는 22대 국회에선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했다.
●“강성 팬덤문제 악화” 우려도
이를 두고 당내에선 “이 대표가 대권가도를 위해 ‘문재인 모델’을 참고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2015년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표는 온라인 당원제를 도입해 2년 만에 당원 숫자를 24만 명에서 71만 명으로 크게 늘리며 당 장악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재 민주당 권리당원 약 240만 명 중 47% 이상이 이 대표가 대선 경선을 치렀던 2021년 이후 입당했는데, 이 대표가 문 전 대통령과 같은 방식으로 당 지지층의 확실한 지지를 안고 가려한다는 해석이다.
다만 결과적으로 강성 팬덤 정치를 극대화할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민주당 관계자는 “22대 국회에 대거 들어오는 친명계 초선들이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에 휘둘려 민생, 협치보다 대여 강경 투쟁만 고집할까봐 걱정”이라며 “특히 전당원투표의 경우 제대로 된 토론 없이 정치인의 ‘센 발언’에 따라 결과가 좌우될 수 있기 때문에 주요 현안 판단마저 전당원투표로 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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