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전력교재 ‘독도=분쟁지’ 문제제기 묵살…軍 ‘경고·주의’ 처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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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4월 26일 13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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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 독도 없는 한반도 지도.(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실 제공)2023.12.28/뉴스1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 독도 없는 한반도 지도.(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실 제공)2023.12.28/뉴스1
국방부가 지난해 말 전군에 배포됐다가 전량 회수된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를 작성하던 중 독도와 관련된 표현에 문제가 있다는 내부 의견이 있었음에도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반도 지도에 독도가 표기되지 않은 사실은 거의 매주 토의가 이뤄졌음에도 문제 제기 자체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부는 26일 “2023년 12월 28일부터 2024년 4월 5일까지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 집필·자문·감수 관련 인원을 대상으로 교재 내용 및 발간에 대한 감사를 통해 독도 관련 내용 기술 경위 등을 확인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감사는 △독도 관련 내용 기술 경위 △한반도 지도에 독도 표기 누락 경위 △교재 발간 계획의 적절성 △교재 집필·자문·감수 과정의 적정성 등에 중점을 두고 진행됐다.

지난해 말 전군에 배포된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에는 ‘한반도 주변은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여러 강국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군사력을 해외로 투사하거나,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 쿠릴열도, 독도 문제 등 영토 분쟁도 진행 중에 있어 언제든지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라는 표현이 담겼다.

이는 대한민국 고유 영토인 독도를 센카쿠, 쿠릴열도 등과 같은 영토 분쟁이 진행 중인 지역으로 기술한 것이다. 역대 우리 정부는 독도 영유권 분쟁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국방부는 “기본교재를 집필하는 과정에서 독도 관련 내용이 부적절하게 기술된 것을 확인했다”라며 “2023년 4월 28일 작성 후 자문 2회, 감수 1회를 거쳤는데 1차 자문(2023년 5월 3일 요청)에서 일부 자문·감수위원으로부터 독도 관련 의견 제시가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국방정신전력원의 한 교수는 ‘독도는 영토 분쟁이 아니며 이런 표현(독도=분쟁지역)은 사용할 필요가 없다’라는 의견을 제시했고, 육군 정훈공보실도 ‘영토 분쟁에 대한 이해를 하기 위해 각주를 활용한 추가 설명이 필요하다’라는 서면 의견을 제출했다.

독도를 ‘영토 분쟁’ 지역으로 기술한 국방부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실 제공)2023.12.28/뉴스1
독도를 ‘영토 분쟁’ 지역으로 기술한 국방부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실 제공)2023.12.28/뉴스1
하지만 국방부가 해당 문구를 직접 작성한 집필자, 토의에 참여했던 교재 개편 태스크포스(TF)장, 간사, 총괄담당 등 관련 인원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이러한 자문·감수 의견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2차 자문 및 감수(2023년 6월 9일 요청)에서는 ‘영토 분쟁’ 문구에 대해 의견을 제시한 사례는 없었고, 수차례의 윤독 과정에서도 관련 문구의 문제점에 대해 식별하지 못했다고 국방부는 전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1차 자문에서 수천 건의 자문이 있었고, 이를 취합·검토하는 과정에서 주의를 다하지 못했고 최종적으로 반영이 되지 않았다”라며 “관련 인원들도 언론에서 문제를 지적한 후에야 인지했다는 게 공통적인 진술”이라고 말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또 “기존 교재에도 같은 표현은 아니지만 ‘문제가 될 수 있겠다’ 하는 독도 관련 표현이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 교재엔 삼국시대 당시 고구려·신라 세력 확장, 왜란과 호란, 한국전쟁(6·25전쟁) 시 서울수복 상황 등을 표현하며 한반도 지도가 11차례 등장하는데, 이 지도들엔 모두 독도가 표기되지 않았다.

국방부는 “교재 내 한반도 지도는 과거 ‘국·검정 교과서에 실린 사진’을 원안으로 디자인 업체에서 보정하거나, 혹은 6·25전쟁 상황을 묘사한 인포그래픽 형태로 작업하는 과정을 거쳐 수록됐다”라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이어 “교재개편 TF에서 거의 매주 교재에 수록되는 내용에 대해 토의가 있었으나, 독도 표기를 누락한 데에 대해 어떠한 문제 제기나 검토도 이뤄지지 않았음을 확인했다”라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2006년 이전판 국·검정 교과서를 부주의하게 취합하다보니 독도가 반영되지 않았다”라며 “직전 교재는 그림이나 도표보다는 백과사전식으로 만들어져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있어 (기존 교재의 지도를 사용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교재 집필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이 토의되고 객관적 시각을 유지할 수 있도록 관련 분야 민간 전문가를 집필진에 포함할 필요가 있었으나, 교육현장 경험과 의견 반영의 용이성 등을 고려해 집필진 전원을 현역 위주로 구성한 점도 확인했다.

또한 국방부는 △자문·감수 횟수, 활용방안 등 자문·감수위원 활용계획이 구체적으로 수립돼 있지 않아 교재 최종본에 대한 적절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은 점 △교재 발간 과정에서 유관부서 및 외부기관에 대한 의견 수렴 절차가 미흡했던 점 등도 추가로 식별했다.

국방부는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 TF장 및 문제가 되는 표현 집필자에겐 ‘경고’, 간사와 총괄담당에겐 ‘주의’ 처분을 내렸다. 경고와 주의는 ‘징계’에는 해당하지 않는 행정 처분이지만, 인사 기록에는 남는다.

국방부는 “수차례 윤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독도 관련 자문 의견을 확인·반영하지 않은 점, 교재 내용의 적합성 등에 대해 검토를 충분히 하지 못한 점, 교정·교열이 끝난 후 완성본에 대한 최종 감수가 누락된 점 등의 과오가 있었다”라고 전했다.

국방부는 징계 수위가 비교적 낮다는 지적에 대해선 “제작 과정 간 법령을 명백하게 위반한 사실이 없었던 점, 중대한 오류에 고의가 없었던 점, 당사자들이 본인들의 행동에 자책하며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경고 및 주의 처분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감사 이후 관련 부서에 교재 내용 재검토 및 향후 교재 발간 시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개선을 요청했다. 현재 관련 부서는 이를 반영해 교재 보완 작업을 하고 있다. 이 작업은 한 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지난번에 하지 못한 대면회의를 여러 차례 하는 중이고, 공신력 있는 기관을 참여시키고 있으며, 국민 눈높이에 맞춘 전문가들의 자문도 구해 보완하고 있다”라며 “자문·감수 계획을 구체적으로 하고 토론회·공청회를 통해 의견수렴을 확대하고, 유관부처 의견 수렴도 충실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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