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월짜리 임시직 與비대위원장…권영세-박진 등 중진 잇따라 고사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28일 17시 34분


(뉴시스)
“모두 ‘딴나라당 남 일’이다. 중진들마저 무너진 당을 세워보겠다는 주인 의식이 없다.” (국민의힘 관계자)

국민의힘이 4·10총선 참패 후 3주째 ‘아노미’를 겪고 있는 가운데 4선 이상 중진들이 잇달아 비상대책위원장직을 고사하자 당내에선 이 같은 자조 섞인 불만이 나왔다.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은 29일 3차 당선자 총회를 열고 비대위원장 인선을 매듭짓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르면 6월 말 치러질 전당대회 준비를 위한 2개월짜리 ‘임시직 관리형 비대위원장’ 자리를 두고 중진들이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윤(친윤석열) 진영에선 “선수(選數)에 구애받지 말고 실무형 인사를 지명하면 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 “권한 적은 임시직 위원장 부담” 손사래

여권 핵심 관계자는 28일 “윤 원내대표가 권영세 의원과 박진 의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아달라고 설득했지만 두 사람 다 고사했다”고 전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초대 통일부, 외교부 장관을 각각 지낸 권 의원과 박 의원은 중진 의원으로서 당무에 밝고 무게감도 있어 총선 패배 뒷수습에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박 의원은 통화에서 “험지서 치른 선거 패배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어떻게 비대위원장을 할 수 있겠나”라며 “능력 있는 다른 다선 의원들이 맡아야지, 나는 적임자가 아니라 정중하게 사양했다”고 밝혔다. 권 의원은 “(요청이) 없었다”고만 했다.

여권 관계자는 “당을 살려야 한다는 절박함이나 책임감을 가진 사람이 없다”며 “선거에서 살아 돌아온 사람들은 ‘나는 재선됐으니 그만’이고 ‘참패 책임은 내 일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분위기라 다들 위기감을 느낀다는 표현조차 위선 같다”고 일갈했다. 친윤 진영에서는 “서로 안 하겠다는 중진들에게만 매달릴 필요가 없다”며 “어차피 전당대회 개최 관리 업무를 하는 비대위원장이라면 굳이 다선일 이유가 없다. 장관을 지냈거나 불출마한 재선 의원급 중에 한시적으로 맡겨도 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6선에 성공한 조경태 의원은 당에서 정식 요청을 받지 않았지만 비대위원장을 맡을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조 의원은 동아일보 통화에서 “당에서 지금 다 힘들어하니까 제안해주면 저라도 나서서 당을 수습하는 데 헌실할 마음의 자세는 돼 있다”고 밝혔다. 여권 일각에선 “마다하지 않는 조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시키는 것도 방법”이란 목소리도 있다.

다만 당내에선 중진들 입장에서도 이번 비대위원장을 수락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총선 참패 수습과 동시에 차기 전당대회 준비에 매진해야 한다는 점에서 책임은 많고 권한은 적은 ‘임시 대표직’이기 때문이다. 특히 전당대회 때 ‘당원 투표 100%’인 당 대표 경선 규정을 손질할 지를 두고 친윤계 대 비윤계, 수도권 대 비수도권 인사들간 이견이 이어지고 있어 이를 조율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 회의 8번, 세미나 2번 해도 갈피 못 잡는 與

국민의힘은 총선 후 3주간 향후 당 수습 방안과 참패 원인을 진단하는 당 차원의 공개 회의만 8차례 열었지만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윤 원내대표가 주재한 중진 간담회만 두 차례였고, 당선인 총회와 낙선자 모임이 각각 2차례, 1차례씩 열렸다. 이 밖에 당 원로 간담회를 비롯해 초선들과의 오찬 회동, 여의도연구원이 주최한 세미나 등도 열렸지만 해결책은 찾지 못한 상태다. 윤상현 의원이 별도로 개최한 두 번의 세미나에서도 당을 향한 쓴소리만 이어졌을 뿐이다.

이 때문에 29일 총회도 윤 원내대표가 끝내 수습 방안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의원은 “비대위원장 하나 못 모시는 무능한 정당으로 조롱당하는 상황이 자존심 상한다”면서 “29일 이런 상황의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비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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