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진행된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첫 회담 이후 양측 모두 “소통을 이어가기로 했다”며 회담 정례화 여부를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이번 회담의 성과에 대해서는 양측 모두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대통령실 측은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지에 대해 정책적 차이가 존재함을 확인했다”고 말했고, 민주당은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이해 우려된다”고 실망감을 내비쳤다. 양측은 회담 후 합의문 없이 각각 회담 내용을 이같이 전했다.
이날 회담은 용산 대통령실 2층 집무실에서 오후 2시부터 약 135분가량 진행됐다. 대통령실에서는 정진석 비서실장·홍철호 정무수석·이도운 홍보수석, 민주당에서는 진성준 정책위의장·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박성준 수석대변인 등이 함께 자리했다.
이 홍보수석은 회담이 끝난 뒤 브리핑을 열어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회동도 할 수 있기에 어떠한 형식이든 계속해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4·10총선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던 ‘전 국민 1인당 25만 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수용을 요구했다. 윤 대통령은 이에 “물가와 금리, 재정상황이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지금 상황에서는 어려운 분들을 더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고 이 수석이 전했다. 다만 논의 과정에서 소상공인 지원과 서민금융 확대는 정부가 큰 규모로 지원하고 있고, 필요시 야당이 제기한 부분들을 여야가 협의 하에 시행 여부를 논의하자는 취지의 말이 오갔다고 한다.
양측은 민생 개선 문제에 대해선 이견을 확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석은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지에 대해선 정책적 차이가 존재함을 확인했다”며 “윤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가 필요할 수 있다고 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고 말했다”고 했다. 민주당 박 대변인은 회담 후 브리핑을 통해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이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보였다”고 전했다.
다만 의료개혁과 관련해서는 이 대표도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데 윤 대통령과 인식을 같이 했다. 이 수석은 “이 대표는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이며 윤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대표가 모두발언을 통해 이태원 특별법을 수용해달라고 요구한 데 대해 윤 대통령은 “조사나 재발방지책, 피해자 유족 지원에 대해 공감한다”면서도 “국회 제출된 법안은 법리적으로 민간조사위에서 영장청구권을 갖는 등 문제가 있기에 이 부분을 해소하고 다시 논의하자”고 답했다고 한다.
대통령실 측은 회담을 마치며 윤 대통령과 이 대표 사이에 덕담이 오갔다고 했다. 이 수석은 “이 대표는 초청해주시고 여러 배려에 감사하다고 인사했고, 윤 대통령은 자주 보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박 대변인은 “‘(이 대표가) 영수회담 소회에 대해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다만 박 대변인도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고, 소통을 이어가기로 했다”고 부연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회담은 2022년 5월 윤 정부 출범 이후 2년 만에 처음이다. 이 대표는 당 대표로 선출된 그해 8월부터 윤 대통령에게 수차례 영수회담을 요청했었다. 이를 계속 거절해오던 윤 대통령은 4·10총선 참패로 야당과의 협치 필요성이 커지자 지난 19일 이 대표에 전화를 걸어 먼저 만남을 제안했다. 하지만 양측의 실무회동은 회담 테이블에 놓일 의제를 두고 난항을 겪다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회담 제안 열흘 만에 만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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