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案’ 받아든 여야, 또 공회전… 21대 국회 처리 물건너갈 듯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5월 1일 0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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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임기 29일 남기고 입장차 여전… 與 재정 안정, 野 소득 보장에 방점
연금개혁 다음 국회로 넘어갈듯
연금특위, 2년간 회의 12번 ‘느슨’
정부도 24개 시나리오 ‘맹탕안’만

30일 국회에서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여야는 이날 연금특위의 공론조사 결과 선호도가 가장 높았던 ‘더 내고 더 받는’ 연금개편안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30일 국회에서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여야는 이날 연금특위의 공론조사 결과 선호도가 가장 높았던 ‘더 내고 더 받는’ 연금개편안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공론화위원회가 소득 보장에 초점을 둔 ‘더 내고 더 받기’식 공론조사 결과를 국회에 최종 보고한 30일 여야는 이견만 재확인했다. 21대 국회 임기 만료가 이달 29일로 연금개혁안을 처리할 수 있는 시한이 한 달도 남지 않았지만 재정 안정에 무게를 둔 여당과 소득 보장에 방점을 찍은 야당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임기 내 처리가 불투명해진 것이다.

여야는 21개월 전인 2022년 7월 연금특위 구성에 합의했다. 하지만 활동 기한 내 성과를 내지 못해 2번이나 연장하면서도 이날까지 12번의 전체 회의만 여는 등 느슨한 일정표를 짜 놓은 채 세부 내용에 대해선 민간 전문가의 입만 바라봤다. 지난해 10월 말 2차 연장 뒤에는 6개월 동안 단 2번만 회의를 열었다. 정부도 자체 연금 개혁안은 내놓지 않고 공론화위가 내놓은 다수안에는 반대 의견만 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연금개혁의 주체가 돼야 할 국회와 정부가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해 개혁 시기를 또 놓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공론화 조사 거치고도 이견 반복

4·10총선 뒤 처음으로 열린 이날 연금특위 전체회의에서 공론화위는 22일 공개했던 내는 돈(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받는 돈(소득대체율)은 40%에서 50%로 늘리는 소득보장안에 대해 보고했다. 시민대표단이 숙의로 선택한 안이다. 복지부가 이날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소득보장안이 채택될 경우 현행 제도 대비 2093년까지 추가 누적 적자가 1004조 원에 이른다. 반면 재정안정안(소득대체율 40%, 보험료율 12%)이 채택되면 누적 적자는 4598조 원 감소한다.

여야는 분명한 입장 차를 보였다. 국민의힘 간사 유경준 의원은 “연금개혁이 여론조사를 통해 규정되는 건 아니다”라며 “공론화위 결과는 중요한 참고자료로 활용하고 이를 바탕으로 합의안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은 “숙의 과정에서 참여 초기보다 소득보장안에 대한 의견이 높아졌다”며 “국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가 명확해졌다”고 했다.

일단 여야는 21대 국회 만료 전 합의안을 도출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공론화위가 제시한 보험료율(13%), 소득대체율(50%)을 두고 여당은 보험료율은 유지하되 재정 안정을 위해 소득대체율은 더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고, 야당은 소득대체율을 낮추는 데 부정적이어서 합의안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다른 민생법안과 달리 연금개혁은 여야 정치권의 합의 없이 단독으로 추진하기 힘든 성격의 사안”이라고 했다.

끝내 21대 국회에서 합의안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연금개혁은 22대 국회로 넘어가고, 공론화조사 결과 역시 원점에서 재검토될 가능성이 크다. 또 2026년 지방선거와 2027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가 또다시 선거를 의식해 논의 자체가 표류될 거란 관측도 나온다.

● “정부가 자초한 연금개혁 공회전”

연금개혁을 21대 국회에서 처리하기가 어려워진 데는 정부의 미온적인 대응 탓도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발표하며 무려 24가지 시나리오를 줄줄이 늘어놓는 맹탕안을 내놨다. 이후로도 뚜렷한 정부안은 내놓지 않은 채 공론화위의 소득보장안 결과가 나오자 정윤순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장은 이날 연금특위에서 “누적 수지 적자와 기금 소진 이후 필요 보험료율이 크게 증가해 현재보다 재정을 더 어렵게 하는 측면이 있다”며 반대의견을 밝혔다.

연금특위에 참여했던 한 민간자문위원은“정부 판단이 그러하다면 이제 와서 ‘소득보장안이 나쁘다’고 말할 게 아니라 지난해부터 재정 안정을 중시한 개혁안을 스스로 내놓았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전날(29일) 윤석열 대통령과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비공개 대화에서 윤 대통령이 “(연금개혁을) 21대 국회에서 하기 어려우니 22대 국회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알려진 것과 관련해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은 이날 연금특위 전체회의에서 “(21대 국회에서 하지 않고 22대로 넘기자는) 그런 취지는 아니다”라며 “연금개혁은 국회 연금특위에서 논의해 결정할 사항이고, 지속가능한 개혁안이 나온다면 정부도 적극 함께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고 말했다.

#연금개혁안#여야 입장차이#연금특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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