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자체 규제 다 늘었다]
속초 수도요금 규제 52년 되기도
“지자체 재량권 적은 것도 문제”
정부 규제가 도입된 뒤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됐는지를 나타내는 ‘규제 나이’(규제 연한)가 기초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중앙정부의 2배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자체 규제가 중앙정부 규제에 비해 오랜 기간 유지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지방정부 규제가 중앙정부 법령 및 사회 변화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중앙정부가 규제 개혁을 해도, 관련 지자체 규제는 그대로 유지되는 경우가 많아 개혁의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지방규제 현황 분석 및 혁신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보고서가 연구 대상으로 정한 경남 사천시, 전북 정읍시 등 7개 기초지자체의 평균 규제 나이는 13.2년이었다. 기초지자체의 규제가 중앙정부(6.9년)보다 2배가량 길게 유지된 셈이다. 수도권과 광역시, 제주를 제외한 7개 광역지자체의 경우 규제 나이는 10.8년이었다.
보고서는 지자체 규제가 중앙정부보다 오래 유지되는 건 지자체 조례 등이 중앙정부 법령의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거나, 지자체의 규제 등록이 부실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지방 규제의 근거가 되는 상위 법령이 개정될 경우 이를 반영해 규제 시행일과 내용을 바꿔야 하지만 지자체가 이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강원 속초시의 수도 사용요금 관련 규제는 1971년 도입된 이후 근거 법령인 수도법이 여러 차례 개정됐음에도 이를 반영하지 않아 규제 나이가 52년에 달했다.
지자체 간에도 규제 나이 편차가 크게 나타났다. 경남 사천시의 평균 규제 나이는 6.4년이지만 전북 정읍시는 18.1년이었다. 속초시의 경우 규제 나이가 31년을 넘는 규제가 10건으로 전체의 6.5%에 달했다. 지자체 간에도 규제 관리 정도에 차이가 큰 셈이다. 보고서는 “연구 결과 지자체의 규제 관리는 전반적으로 체계적이지 못했다”며 “효과적인 규제 개혁을 위해선 지자체의 규제 정비 역량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또 지자체가 규제에 대해 갖는 재량권이 높지 않아 지역 특색에 맞는 규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규제 중 규제의 구체적인 범위를 지자체의 자치 법규로 정하도록 규정한 법률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지방정부의 재량권을 연방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다. 연방정부가 규제 정책의 방향과 기준을 설정하면 주 정부는 지역의 구체적 특성과 상황에 맞게 규제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보고서는 “한국 지방 규제 혁신 사례 대부분은 중앙부처가 상위 근거법을 개정해 완화, 개선한 사례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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