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 키 플레이어]〈3〉험지 인천서 5選 국힘 윤상현
“영남은 보수심장, 수도권은 팔다리
수도권 중심 혁신 없으면 만년 2등… 대참패 예견하고도 침묵, 반성해야
뺄셈 정치-이익집단화-군림 DNA… 세가지 고질적 병폐 혁파 절실”
“영남이 보수의 심장이면 수도권은 보수의 팔다리다. 싸움은 심장이 아니라 팔다리로 하는 건데 당 지도부가 수도권 싸움에 대한 준비가 안 돼 있다.”
22대 총선에서 보수 험지 인천에서 5선을 달성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인천 동-미추홀을)은 1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양당제가 고착화하고 있는 지금 수도권 중심의 혁신이 없으면 우린 만년 2등”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국회 의원실에서 인터뷰가 진행된 1시간 동안 윤 의원은 ‘혁신’을 22차례 언급했다. 그는 “전면 쇄신을 안 하면 2년 뒤 지방선거는 말할 것도 없고 4년 후 총선도 승리가 어렵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지역 야당 지지자들도 인정할 정도로 지역 밀착형 행보를 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총선에서 14개 선거구 가운데 민주당이 12석을 가져간 인천에서 살아남았고, 이전 선거에서도 무소속으로만 2번 당선됐다. 총선 이후 선거 참패 원인을 진단하는 세미나를 3차례 열면서 수도권 중심 당 혁신론을 주장하고 있다.
윤 의원은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당심이고, 당심이 민심’이라는 당내 분위기에 위축돼 있는데 이제는 영남 중심당이라는 알을 깨고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권 도전 계획을 묻자 “지금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이야기하는 건 시기상조”라면서도 “당의 부름이 있다면 역할을 고민하는 것도 도리이자 자세”라고 답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직접 총선 참패 분석 세미나를 세 번 열었다.
“공천을 받은 게 12년 만에 처음이다. 무소속 때부터 도와준 선거운동원들이 정권심판론 바람이 거세서 무소속 때보다 이번이 더 어려웠다더라. 보수 정당이 3연패 한 것도 처음, 1987년 이후 총선 2번 연속 120석 미만이 된 것도 처음이다. 이런 대참패에도 당이 너무 조용해서 혁신 기치를 내걸고 이야기하는 거다. 대참패를 예견하고도 침묵했다는 게 우리 당이 가장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국민의힘은 수도권에서 회복 불능인가.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서울의) 젊은층이 수도권 여타 지역으로 많이 이동했다. 저출산 고령화와 함께 지방 소멸이 이뤄지면 결국 선거구 조정이 영남권에서 생길 수밖에 없고 진보적 성향을 가진 4050세대가 60대로 간다면 우리 당에 불리해진다. 이런 정치, 세대 지형 변화를 제대로 알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수도권 위기론을 말해도 아무도 대책을 안 세운다. 양당제가 고착화되면 우리는 만년 2등으로 전락한다.”
―영남 지도부가 문제인가.
“수도권이 ‘죽음의 골짜기’다. 우리 당 주류는 ‘공천=당선’인 사람들이다. 연부역강(年富力强·나이가 젊고 힘이 강함)한 사람들이 수도권에서 줄줄이 낙선 고배를 마셨다. 알 만한 영남 당선인들은 수도권에서 떨어진 ‘낙향거사’들이다.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곳에 가려고 당 지도부에 줄서다 보니 영남 중심당의 한계를 못 뛰어넘고 눈앞의 이익만 본다. 우리 당의 진짜 뿌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고 박 전 대통령은 진취적인 정신을 가졌다. 박 전 대통령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기틀을 만들었던 근성과 기질인 진취적 박정희정신으로 당이 수도권 중원으로 진출해야한다.”
―비대위원장 구인난에 원내대표 선거도 미뤄졌는데….
“우리 당은 자기의 미래와 진로에 대한 이익을 많이 따진다. 당의 최고 권력자 눈치를 많이 보는 게 습성화돼 있다. 친윤(친윤석열)계가 스크럼을 짜고 ‘윤심이 곧 당심이고 그게 민심’이라고 말하다가 민심의 철퇴를 맞았다. 친윤, 영남 이런 당내 풍토에 위축돼 있으니 자기 목소리를 낼 수가 없다. 고착화된 영남 알을 깨고 나와야 한다.”
―어떻게 달라져야 하나.
“뺄셈 정치 DNA, 이익 집단화된 DNA ,국민에게 군림하는 DNA 등 세 가지 고질적 병폐를 혁파해야 한다. 정권교체를 열망했던 2030으로 분류되는 이준석계, 중도층으로 대변되는 안철수 연합 세력이 윤석열 정부를 만들었는데 그 두 축을 스스로 잘라버렸다. 당이 가치집단보단 이익집단 성격이 강해져 버렸다. 국민에게 우파의 이념적 좌표와 백그라운드를 제공하는 서비스 집단으로 가야 한다.”
―어떤 세력이 당을 재건해야 하나.
“당선인보다 낙선인들의 절규에 귀를 기울여 답해야 한다. 새 비대위와 지도부에 그들의 목소리가 반영돼야 하고 그들이 당의 기초 체력이 돼야 한다. 수도권 출신들이 지도부로 가면 훨씬 좋을 것이다.”
―당 대표 선거에 도전하나.
“지금은 총선 참패 원인을 놓고 혁신해야 할 시기다. 제 혁신에 대한 진정성에 빛이 바랠 수 있어 전당대회 얘기는 시기상조다. 다만, 당의 부름이 있다면 그 역할을 항상 고민해야 한다는 게 당인의 자세이자 도리다.”
―새 국회에서 여야가 어떻게 협치해야 하나.
“정치 복원의 뜻을 같이하는 이들이 모여 여야 중진협의체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대통령 중심제가 극한 대결과 정쟁을 유발한다면 이제는 권력 집중이 아닌 권력 분산, 타협의 정치를 할 수 있는 권력 구조를 고민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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