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올해 1월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돌아온 ‘이태원 참사 특별법’(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을 일부 수정해 2일 국회 본회의에서 다시 처리하기로 1일 합의했다. 2022년 10월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1년 반 만이다. 대통령실은 “이번 합의를 환영한다. 윤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회담의 성과”라며 “윤 대통령은 여야 합의로 통과된 모든 법률안에 대해 존중하는 입장이다. 거부권을 행사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채 상병 특검법’과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에 대해선 여야가 입장 대립을 이어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2일 본회의에서 두 쟁점법안을 단독으로라도 처리하겠다”고 했고,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채 상병 특검법을 합의 없이 단독 처리에 나설 경우 본회의 개의 자체를 반대할 것”이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이양수, 민주당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는 1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태원 특별법의 핵심 쟁점에 대한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국민의힘이 “독소 조항”이라고 반대했던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의 영장청구 의뢰 권한이 담긴 30조 △특조위 직권으로 진상규명 조사를 수행하거나 불송치 및 수사 중지된 사건에 대한 자료 제출 명령 권한이 있는 28조를 법안에서 삭제하기로 했다.
핵심 쟁점이었던 특조위 구성은 당초 11명에서 9명으로 수정했다. 활동 기간은 원안대로 1년 이내로 하고 3개월 이내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두 대목은 민주당의 주장이 반영된 부분이다.
여야, 이태원법 한발씩 양보… 민주 “채 상병 특검법은 단독처리”
오늘 본회의 앞두고 이태원법 합의 특조위 구성-영장의뢰권 의견 접근… 대통령실 “환영” 尹 거부권 않기로 민주, 채 상병 특검법 강행 방침… 국힘 “합의 없이 표결 못해” 맞서
여야가 1일 ‘이태원 참사 특별법’(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 보장과 진상 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에 전격 합의한 건 21대 국회 종료를 한 달 앞두고도 여야 간 이견으로 관련 조사 및 피해자 보상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달 29일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회동에서 이태원 특별법이 거론된 뒤 여야 간 합의점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여야는 2일 본회의에서 특별법 수정안을 처리하는 데에 합의했지만, 남은 변수는 ‘채 상병 특검법’과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 등 이견이 남은 법안의 상정 여부다. 민주당은 1일 두 법안의 단독 처리 방침을 밝히며 자당 출신 김진표 국회의장에게 해당 법안들도 상정할 것을 촉구했고, 국민의힘은 합의되지 않은 법안 표결엔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 특조위 구성·권한 한 발씩 양보
여야는 이견을 보였던 쟁점들에 대해 서로 한 발씩 양보해 합의를 이뤄냈다. 민주당은 여당이 반대한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의 영장 청구 의뢰권을 포기했고, 국민의힘은 특조위 구성과 기간에 대해 민주당의 의견을 수용했다. 합의 배경엔 윤 대통령이 회담 때 이 대표에게 “특조위의 영장청구권 문제가 해소되면 법안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언급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국민의힘 이양수 원내수석부대표는 “여야 협상 때 원내지도부뿐만 아니라 용산(대통령실)과도 충분히 숙의하고 검토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도 이날 환영 입장을 내고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29일 첫 회담을 통해 여야 간 협치와 정치의 복원이 시작됐다. 이번 합의는 그 구체적인 첫 성과”라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 수정안이 통과되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예정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민주당 주도로 강행 처리된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선 올 1월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대통령은) 여야 간 합의된 사안을 무력화하지 않는다”며 “앞서 다른 특검법안에 반대했던 것은 야당 주도의 일방적 내용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 채 상병 특검법은 평행선
다만 민주당이 2일 본회의에서 이태원 특별법과 함께 처리하겠다고 한 채 상병 특검법과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의 본회의 부의 안건에 대해선 여야가 여전히 입장 차를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선 “검찰의 충분한 수사가 먼저”, ‘선구제 후보상’ 방안을 담은 전세사기특별법에 대해선 “정부 재정 부담이 크다”며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은 2일 본회의에서 이태원 특별법을 먼저 상정해 처리한 뒤 김 의장에게 의사일정 변경을 신청해 채 상병 특검법과 전세사기 특별법의 본회의 부의 요구건을 통과시킨다는 전략이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이 선택할 수 있는 건 (본회의) 퇴장이나, 반대 의견 제기 후 퇴장 수순을 밟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도 “민주당이 합의된 법안들만 올린다고 해놓고 이태원 특별법 처리 후 채 상병 특검법 등을 올려버리면 우리로선 어쩔 도리가 없지 않겠느냐”며 “뒤늦게라도 국민의힘 의원 전원이 본회의장에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은 기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 아닌 별도 수정안으로 발의되기 때문에, 본회의에 상정되면 재의결 시 필요한 200석이 아닌 재적 의원 과반(150석)으로 처리가 가능해 채 상병 특검법과 마찬가지로 민주당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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