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전당대회를 관리할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2일 닻을 올리자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 사이에서 전당대회 룰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핵심은 현행 당원 투표 100%의 당 대표 선출 방식을 고쳐 민심 반영 비중을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3·8전당대회를 앞두고 친윤(친윤석열) 그룹 주도로 당원 투표 70%, 국민 여론조사 30%로 돼 있는 ‘7 대 3’ 룰에서 당원 100% 룰로 바꿔 김기현 지도부가 선출됐는데,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을 반영하려면 되돌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친윤 핵심 그룹은 “당의 주인은 당원”이라며 현행 룰 유지를 주장하고 있어 여당 내에선 “황우여 비대위 체제에서 룰의 전쟁에 돌입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 “민심 반영해 전당대회 룰 바꾸자”
국민의힘은 이날 전국위원회를 통해 황우여 상임고문을 비대위원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의결했다. 비대위 정식 출범은 새 원내대표가 선출될 9일 이후 이뤄질 예정이다.
전당대회 룰 개정 여부가 비대위에 놓인 핵심 과제로 꼽히는 가운데 잠재적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중량급 인사들은 전당대회 룰 개정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나섰다. 안철수 의원은 통화에서 “전당대회 룰 개정이 총선 민심을 받드는 제일 상징적인 일”이라며 “민심이 반영되도록 짜여야 한다. 당원 70%, 민심 30%에서 많게는 당원 50%, 민심 50%까지 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상현 의원 역시 “당원 50%, 민심 50%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남의 김태호 의원은 “지금은 특수 상황이다. 우리가 변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며 “나아가 당원 30%, 민심 70%도 좋다”고 했다.
전날(1일) 전당대회 출마를 시사한 유승민 전 의원도 통화에서 “총선에서 참패를 해놓고도 또 당원 100%를 하는 구조라면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정당으로서 살아남을 수 있느냐의 위기이니 개개인의 유불리를 떠나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나경원 당선인도 “룰은 비대위가 정하는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의견을 수렴해서 민심을 섞는 게 좋다면 섞어야 한다”고 했다. 권영세 의원도 “일부라도 반영하는 게 맞다”고 했다.
● 친윤 반대 넘을까
전당대회 룰 개정 요구가 분출하는 건 이 자체가 4·10총선 참패 뒤 당 쇄신의 일환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후폭풍으로 당이 위기에 놓이자 처음으로 민심을 반영하는 국민여론조사를 도입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당원을 중심으로 둬야 한다며 룰을 바꿨다. 2022년 말 이뤄진 당원 100% 투표 룰 개정 당시 “당심과 민심이 괴리될 수밖에 없는 개정”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친윤 진영의 주도로 국민여론조사를 없앴다. 여권 관계자는 “국민여론조사에서 승기를 잡은 이준석 전 대표 같은 사례를 막겠다는 속내였다”고 말했다.
실제로 룰이 바뀐 이후인 지난해 3·8전당대회에선 친윤 진영이 밀었던 김기현 전 대표가 압도적인 차이로 승리했다. 그러나 이런 과정이 수직적 당정관계를 강화했고, 총선 참패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계속 나오고 있다. 하지만 친윤 그룹은 여전히 “당원들이 당 대표를 뽑는 건 당연한 것”이라며 전당대회 룰 개정에 부정적이다. 민심을 많이 반영했다가 용산 대통령실과 각을 세우는 지도부가 생기는 것을 걱정하는 기류도 읽힌다. 친윤계 핵심인 이철규 의원은 최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현행 룰 유지를 강조하며 “정 바꿀 필요가 있다면 새 당 지도부가 결정하면 된다”고 밝힌 바 있다.
황 위원장은 새 원내대표 선출 이후 새 원내지도부와 종합적으로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당헌·당규를 손봐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의견 수렴 절차를 제대로 거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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