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전날 야당이 강행 처리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대통령께서 이걸 받아들이면 나쁜 선례를 남기는 거고 더 나아가서 직무유기가 될 수 있다, 이렇게까지 지금 보는 것”이라고 전했다.
홍 수석은 3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사법 절차에 상당히 어긋나는 입법 폭거다. 대통령께서 아마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홍 수석은 채상병 사건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를 받고 있다면서 “(수사 결과가) 부족하다고 판단되거나 좀 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면 민간위원회 구성이라든지, 더 나아가서 특검을 한다든지 입법부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면 그때 가서 볼 노릇”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법을 초월해서, 여야 합의도 없고 사법 절차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덜커덕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홍 수석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채상병 특검법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이태원 특별법은 이미 경찰과 검찰 조사가 다 끝나고 국정조사까지 해서 22명이 기소됐다”며 “그래도 조사가 부족하다는 유가족 뜻도 있고 해서 여야가 합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법 절차가 종료된 사항이라 대통령도 그렇다면 이건 우리 정부가 받아들이겠다고 말씀했다”고 전했다.
홍 수석은 “문재인 정부 때 군 사고를 군인이 직접 수사하다 보니까 믿지를 못하겠다고 해서 군사법원법을 개정했다”며 “경찰이 수사하도록 하자는 것이 법 취지인데 박정훈 대령이 정면으로 그것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또 “민주당에서 검찰을 못 믿겠다고 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만들었다”며 “공수처도 못 믿겠다는 거면 공수처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채상병 특검법은 지난해 7월 수해 현장에서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채모 상병 사고 수사 과정에서 대통령실 등이 개입해 수사를 방해했다는 의혹 등을 수사하기 위해 발의됐다.
지난 2일 채상병 특검법은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168명 중 찬성 168명으로 가결됐다. 국민의힘은 안건 상정에 항의하며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찬성표를 던졌다.
대통령실은 이와 관련해 “채 상병의 죽음을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려는 나쁜 정치다. 엄중 대응하겠다”며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최재호 동아닷컴 기자 cjh12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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