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의 신규 투자가 확대되면서 국내의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전력망 건설 속도를 높이는 특별법 마련은 21대 국회 처리가 힘들 전망이다.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전달하는 전력망 구축 속도가 전력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산업 경쟁력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6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발의된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제정안은 현재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법안소위에 계류 중이다. 국무총리실 소속의 ‘전력망 확충 위원회’를 신설하고 인허가 절차 개선과 보상·지원 확대로 전력망 구축을 돕도록 한 법안이지만 입법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산자위 관계자는 “본회의에 상정할 법안을 논의하기 위한 산자위 전체회의가 이달 말 열릴 예정이지만 ‘전력망 특별법’은 통과 가능성이 상당히 낮다”고 말했다.
전력업계에서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동·서해안에 편중된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효율적으로 실어 나르는 것이 전력산업의 핵심 과제라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345kV(킬로볼트)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 건설 사업의 경우 당초 2012년 12월 준공을 목표로 했지만 실제로는 다음 달에야 준공이 가능할 것으로 보여 지연 기간이 137개월에 이른다. 신한울 원자력발전소의 전력을 활용하기 위한 500kV 동해안∼신가평 초고압 직류 송전(HVDC) 역시 준공이 88개월 지연된 사례다.
지난해 11월 산업통상자원부 발표에 따르면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기준으로 지난해 최대 전력은 100.8GW(기가와트)로 집계돼 처음으로 100GW를 넘긴 바 있다. 전기 수요 피크를 의미하는 최대 전력은 2051년에는 지난해의 두 배가 넘는 202GW로 치솟을 전망이다. 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하면서 반도체, 바이오 등 첨단산업에 대한 대규모 신규 투자가 예정돼 있어 향후 전력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발전량 제어가 힘든 신재생에너지 발전이 늘어나는 상황 역시 전력망 수요를 키우는 요소다. 10차 전기본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2022년 55.5TWh(테라와트시)에서 2050년 736TWh로 13배 이상 뛸 것으로 보인다. 박종배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전력망 사업은 인접 주민들의 반발 때문에 정부 차원의 갈등 조정이 꼭 필요하다는 인식을 반영해서 마련한 법안”이라며 “전력 소비가 큰 국내 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신속한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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