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에서 국민연금의 내는 돈(보험료율)과 받는 돈(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연금개혁안에 대한 여야 합의가 7일 결국 불발됐다. 국회가 21개월 전인 2022년 7월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 구성에 합의하고 지금까지 12번의 전체 회의만 열다가 연금개혁 과업을 22대 국회로 미루게 된 것이다.
주호영 연금특위 위원장과 여야 간사인 국민의힘 유경준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은 이날 오후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5%가 반드시 돼야 한다, 국민의힘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3%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여기에서 의견이 전혀 좁혀지지 않았다. 연금특위는 사실상 21대 활동을 종료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논의를 토대로 22대 (국회) 때 여야 간 의견 접근을 봐서 조속한 연금개혁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연금특위는 논란이 됐던 5박 7일 유럽 출장 계획도 취소했다. 여야는 “허심탄회하게 합의안을 도출해 보겠다”며 8일부터 영국, 스웨덴 등을 방문하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연금특위 활동기한을 얼마 남기지 않고서 해외에서 합의를 하겠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국내에서 안 되던 합의가 외국에선 되냐”는 비판이 일었다. 주 위원장은 “좁혀진 안으로 무조건 결론을 내보자는 이야기가 있어 출장을 추진했지만 (출장을 가기 전) 미리 확인해 본 결과 의견 접근을 보지 못했고, 서로 자기주장만 하고 결론을 못 내면 출장 동기까지 오해받을 수 있어 출장을 취소했다”고 말했다.
2년뒤 지방선거, 3년뒤 대선… “연금개혁 계속 헛돌 우려”
연금개혁 22대 국회로 KDI “연금개혁 1년 지체 때마다 국민 추가부담 수십조원 이를것”
국회가 연금개혁안을 22대 국회로 넘기면서 개혁 논의를 이어가기 위해선 특위 구성부터 다시 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 공론화조사위에 참여했던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22대로 넘어가면 다시 원점으로 가서 오리무중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초고령사회로 들어가는 시점에서 암담한 상황”이라고 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연금개혁이 1년 지체될 때마다 추가 국민 부담액이 수십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달 22일 국회 연금특위 공론화조사위는 시민대표단 숙의와 여론조사를 토대로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올리는 안을 국회에 보고했다. 받는 돈이 늘기 때문에 ‘소득보장안’으로 불렸지만, 여당은 재정 수지 악화를 감당하기 힘들다고 반대했던 안이다.
이 안을 놓고 여야는 합의안 도출을 시도했지만, 보험료율에선 입장차를 좁히고도 소득대체율에서는 합의에 실패했다. 이에 대해 연금특위 야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은 “본래 민주당이 제시한 소득대체율은 50%였는데 이를 45%까지 좁혀놓고 (여당이) 다시 43%를 얘기하는 것은 처음부터 할 의지가 없었다는 것”이라고 했다. 반면 여당 간사인 유경준 의원은 “국민연금 개혁의 제1목적은 지속가능성과 미래세대 부담 축소”라며 여당이 더 낮은 소득대체율을 고수한 이유를 강조했다.
21대 국회 임기 내 여야 합의 불발은 예견돼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야는 2022년 7월 연금특위 구성에 합의하고도, 두 차례의 연장을 거쳐 이달까지 불과 12차례의 회의만 여는 등 밀도 있는 논의는 미뤄 왔다. 여기에 총선 기간이 다가오자 여야는 직접 구체적인 모수개혁안을 논의하는 대신 세금을 들여 공론화 조사를 벌였다. 국민들의 생각을 들어보겠다는 취지였지만, 표심에 민감한 문제를 숙의라는 이름으로 비전문가들에게 떠넘겼다는 지적도 있었다.
22대 국회에서도 21대 국회 논의 과정을 원점에서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 또 2026년 지방선거와 2027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가 또다시 선거 표심을 의식해 논의 자체가 표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연금개혁은 윤석열 정부가 내건 3대 개혁과제 중 하나다. 윤 대통령도 여러 차례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0월 국민연금 운영 계획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개혁 시나리오를 24가지 늘어놔 무책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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