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관계 재정립엔 원론적 답변만
당내 “쇄신 분위기-위기감 못느껴”
윤재옥 “전당대회 빨리 열어야”
황우여 ‘한달 연기론’ 공개 제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거를 하루 앞둔 8일 열린 정견 발표회에 이종배(4선·충북 충주) 추경호(3선·대구 달성) 송석준(3선·경기 이천) 의원이 후보로 나섰지만 최대 현안인 채 상병 특검법 재표결 문제나 김건희 여사 특검법 대응 문제 등은 거론되지 않았다. 4·10총선 참패 원인 분석과 당정관계를 어떻게 이끌어나갈지에 대해서도 후보들은 원론적인 입장만 내놨다. 원내 사령탑 후보의 정견과 철학을 알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달라는 요구에 선거일도 당초 3일에서 9일로 미뤘지만 당선인 108명 중 참석자는 절반인 50여 명뿐이었다. 당내에선 “총선 참패 이후 쇄신 분위기나 위기감이 느껴지지 않는 맹탕 정견 발표였다”는 비판이 나왔다. ● 특검 대응 빠진 정견 발표
국민의힘은 이날 국회에서 1시간가량 원내대표 정견 발표회를 열었다. 후보별 3분간 정견 발표와 당선인들이 제시한 질문 중 무작위로 5개를 뽑아 2분씩 답변을 듣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정견 발표회 시작 전 당선인들은 “당정 관계를 어떻게 개선할지, 거야를 상대로 어떤 협상력을 보여줄지 유심히 보겠다”고 했다. 하지만 총선 참패 이후 주요 과제로 떠오른 당정관계 재정립에 대해선 후보들마다 원론적인 답변에 그쳤다. 이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건강한 당정관계를 구축해 함께 성공하게 하겠다”고 밝혔고, 추 의원은 “긴밀한 당정 소통으로 세련되고 유능하게 해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송 의원도 “당정대가 함께 대응하면 반드시 민심을 회복할 수 있다”며 당정대 일체감을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이 강공을 예고한 채 상병 특검법이나 김건희 여사 특검법 대응 전략은 아예 논의되지 않았다. 송 의원이 ‘당론과 다른 소신을 밝히는 의원을 설득하는 방법’을 묻는 질문에 “채 상병 특검법 재의 요구가 오면 당내에 다른 생각을 가진 의원을 설득해 동참시키는 것이 큰 과제”라고 언급한 것이 전부였다. 거야 대응 기조에 대해선 “치밀한 대야 협상 경험과 전략”(이종배) “의회 독재에는 강한 대응”(추경호) “상생과 조화의 정신”(송석준) 등 의견을 밝혔다.
관료 출신인 세 후보는 모두발언에서 모두 ‘유능한 정책정당’을 강조했다. 행정안전부 차관 출신인 이 의원은 “정책위를 활성화해 당에서 주요 정책을 주도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 초대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추 의원은 “최우선 목표를 민생과 정책 대결의 승리로 삼겠다”고 했고, 국토교통부 관료를 지낸 송 의원은 “위기 상황을 선도적으로 대응할 정책정당으로 거듭나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 윤재옥, 전당대회 연기론 황우여 비판
당선인들은 “귀를 시원하게 만드는 이야기가 없었다” “질문과 상관없이 답이 다 똑같았다” 등의 아쉬움을 표했다. 한 영남 지역 당선인은 “누가 들어도 무난한 소리만 골라가면서 했다”고 말했다. 다른 당선인도 “당내에 채 상병 특검법을 찬성하는 목소리가 있는데 어떻게 대응할지도 당론을 따라야 한다고만 하더라”라며 “질문도, 결론도 밋밋했다. 발표 내용이 하나도 기억 안 난다”고 말했다. 한편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표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당 대표를 뽑기 위한 전당대회를 6월 말∼7월 초에서 한 달가량 늦춰야 한다는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 발언에 대해 “당선인, 중진 의원, 상임고문단과의 만남을 통해 6월 말∼7월 초로 전당대회를 빨리 해 조기에 당을 혁신하는 데 총의가 모아졌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당이 어려운 상황에 위기를 수습하는 데 도움 되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었다. 전대 룰 변경을 둘러싼 논쟁,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등판 가능성에 대한 친윤 진영의 견제론이 작동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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