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22대 국회에서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달 30일 22대 국회 개원도 전에 ‘반(反)검찰 연대’를 사실상 공식화하며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시즌2’ 추진을 선언한 것이다. 이날 양당이 주최한 ‘검찰개혁 토론회’에선 “개헌을 통해 검찰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을 삭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8일 민주당 김용민 의원과 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가 공동 주최한 ‘제22대 국회 검찰개혁 입법전략’ 토론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야 한다”며 “TF(태스크포스)를 만들어서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검찰 독재뿐만 아니라 검찰의 행패가 극에 달한 상황”이라며 “22대 국회는 검찰개혁을 완수해야 한다는 시대적 책임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조국혁신당과의 연대 계획을 묻자 “여기 계신 모든 사람들과 힘을 합쳐 연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검찰의 수사와 기소 분리가 검찰 정상화의 시작이자 핵심”이라며 “(한국은) ‘검찰 독재’라는 말이 결코 과하지 않은 나라가 됐다. 보다 과감하고 단호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모두 22대 국회 핵심 과제로 검찰에서 수사권을 완전히 떼어내는 이른바 ‘검수완박’ 완성을 꼽은 것이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토론회에서 검찰청법을 폐지하고 기소청을 설립하는 법안, 또 기존 검찰청법에서 검사의 수사 권한을 삭제하고 기소 임무로 제한하는 법안 등이 처리돼야 한다”며 “22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법안 개정을 추진해 6개월 이내에 마무리해야 한다”고 속도전을 주문했다. 서 교수는 “새 헌법에도 특정 기관이나 공직자에게 수사 기소권을 함께 부여하지 못하도록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민주-조국당 “檢에 남은 ‘부패-경제 범죄’ 2대 수사권까지 박탈”
야권 ‘검수완박 시즌2’ 연대 시동 박찬대 “검사 몇사람에 나라 엉망” 조국 “檢 정상화” 토론회서 뜻모아 與 “검찰 향한 보복심리” 비판
“검사 몇 사람에 의해서 대한민국의 운영이 맡겨지고 나니까 사실 모든 게 지금 엉망이다.”(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
“통제받지 않는 검찰 권력을 국민께 돌려드려야 한다.”(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시즌2’를 위한 ‘반(反)검찰 연대’를 본격화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선 “총선에서 압승한 민주당이 검찰을 향한 본격적 ‘실력 행사’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20대, 21대 국회에서 이어온 ‘검수완박’ 드라이브를 22대 국회에서 비로소 매듭짓겠다는 것. 여기에 ‘반검찰’ 성향의 조국혁신당까지 가세하면서 22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6개월 내 검수완박 속도전’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여당은 “야권의 검수완박 주장은 검찰에 대한 보복 심리”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 野 “검찰에 남은 ‘2대 범죄’ 수사권 박탈”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2대 국회 검찰개혁 입법 전략 토론회’는 민주당 정책수석부대표로 임명된 김용민 의원과 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가 공동 주최했다. 두 사람은 민주당 강경 초선 의원 모임인 ‘처럼회’ 출신이기도 하다. 이날 토론회에는 조 대표와 박 원내대표가 참석했다.
양당 지도부는 이날 토론회에서 ‘검수완박’을 22대 국회 주요 과제로 추진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박 원내대표는 조국혁신당과의 연대 의지를 밝히며 “TF를 만들어 진행할 것”이라고 공언했고, 조 대표도 “‘검찰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이날 강조한 ‘검수완박 시즌2’는 검찰에 남은 2대 범죄 수사권까지 완전히 떼어내겠다는 의미다. 민주당은 20대 국회이던 2020년 1월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처리를 주도해 검찰의 수사 대상을 6대 범죄(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산업, 대형 참사)로 제한했고, 21대 국회에서는 남은 6대 범죄 수사권도 모두 분리하려다가 야당의 반발 끝에 결국 2대 범죄(부패, 경제) 수사권은 남겨두는 중재안을 강행 처리했다.
총선 공약으로 밝힌 검사의 기소권 남용을 막기 위한 재정신청 전담 재판부 설치(민주당), 검사장 직선제 도입(조국혁신당) 등도 22대 국회에서 함께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토론회 발제자로 참석한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사권이 없는 검사가 독점적으로 영장 청구권을 갖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라며 “향후 헌법 개정 시 검사의 독점적 영장 청구권 조항이 반드시 삭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 교수는 “(검수완박을) 22대 국회 개원 6개월 이내에 마무리해야 한다”고 하기도 했다.
서 교수는 “(채 상병 특검 등으로) 탄핵이 되면 조기에 정부가 교체될 가능성도 있다. 정권이 어떤 식으로 바뀌더라도 신속하게 검찰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해야 한다”는 ‘특검-탄핵-검찰개혁 3단계 로드맵’ 주장도 했다.
● 이재명 “검사인지 깡패인지” 맹폭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과거 국정농단 사건 피의자 최순실 씨 조카 장시호 씨와 수사 검사 간의 뒷거래 의혹 보도를 언급하며 “검사인지, 깡패인지 알 수 없다”며 “검사는 죄를 지어도 다 괜찮다는 생각, 없는 죄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는 해괴한 자만심이 (검찰에) 가득한 것 아닌가”라고 날을 세웠다. 이 대표는 “모해위증 교사죄”라며 “당연히 탄핵해야 되고 그것을 넘어서서 형사처벌해야 될 중범죄”라고 했다. 이에 김영철 대검찰청 반부패1과장(부장검사)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21년 검사 인생을 모두 걸고 아니다. 보도 내용은 일고의 가치가 없는 사실무근의 허위”라고 반박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움직임에 공식 반응을 내놓진 않았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에도 “수사와 기소는 한 덩어리”라며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낸 ‘검찰 내 수사와 기소 분리’ 주장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는 만큼 실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움직임이 본격화될 경우 반대 입장을 낼 것으로 보인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정점식 의원은 통화에서 “국가기관을 보복 수단으로 삼는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며 “지금 많은 형사 사법 피해자들이 검찰의 직접 수사 제한 때문에 큰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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