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취임 2주년 회견]
“제대로 된 연금기사 못봐” 언론 탓도
시민단체 “핵심수치 없는 맹탕案 내”
윤석열 대통령은 9일 기자회견에서 국민연금 개혁에 대해 “국회와 소통하고 사회적 대합의를 이끌어내 임기 내 반드시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도 “21대 국회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조급하게 하는 것보다 좀 더 충실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인데 더불어민주당에선 “다 된 밥에 재 뿌렸다”는 비판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정부가 확실한 개혁안을 내놓지 않아 국회 통과가 무산됐다는 ‘정부 책임론’에 대해 적극 반박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정부를 맡게 되면 임기 내 국회가 고르면 될 정도로 충분한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약속드렸고 지난해 10월 말 이를 이행했다”며 “6000쪽에 가까운, 책자로 30권 정도의 방대한 자료를 냈다”고 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국회에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제출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2022년 대통령선거 당시 공약집에서 “대통령 직속 공적연금개혁위원회를 만들어 상생의 연금개혁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여야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 대신 국회에 국민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를 설치했고, 정부는 지난해 10월 단일안 대신 여러 변수를 조합한 24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시민단체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윤 대통령은 핵심 수치 하나도 없는 맹탕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내고 정부가 자료를 제출했다는 엉뚱한 말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또 “얼마 전까지 총선을 치렀고 이후에도 특검법이니 뭐니 해서 언론에서 정치 관련 기사들이 대부분을 차지하며 전문가들이 제대로 연금 문제에 대해 토론하는 기사를 찾기 어려웠다”며 21대 국회에서 연금개혁안이 무산된 걸 언론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여야 모두에선 윤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아쉽다’는 반응이 나왔다. 국회 연금특위 여당 관계자는 “21대 국회에서 할 수 있는 한 끝까지 논의하고 부족한 게 있으면 22대로 넘기자고 했어야 한다”고 했다. 연금특위 야당 간사인 민주당 김성주 의원은 “대통령이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다 된 밥에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뿌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연금개혁 문제가 특검 때문에 묻혔다는 것은 선후가 바뀐 것 같다”고도 했다.
전문가들은 2026년 지방선거와 2027년 대통령선거 등이 예정된 만큼 21대 국회에서 최종 무산될 경우 연금개혁이 다시 궤도에 오를 때까지 최소 2, 3년은 걸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정부가 의지가 있다면 그동안의 논의를 바탕으로 22대 국회 개원 즉시 연금개혁에 대한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유채연 기자 y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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