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친명(친이재명)계를 중심으로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으로 추미애 당선인(6선·경기 하남갑)을 선출하려는 움직임이 노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당내 의장 선거 경쟁자였던 친명계 조정식 의원(6선·경기 시흥을)이 12일 추 당선인과의 단일화를 선언한 데 이어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5선·경기 동두천-양주-연천갑)은 후보직을 사퇴했다. 추 당선인을 밀어주기 위해 찐명(진짜 친명) 박찬대 원내대표가 조정식·정성호 의원을 만나 의장 후보군 교통정리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원내대표 선거에 이어 ‘추대 논란’도 커지고 있다.
● 추미애, 조정식과 단일화…정성호는 사퇴
추 당선인과 조정식 의원(6선·경기 시흥을)은 이날 서울 여의도 한 중식당에서 회동을 갖고 추 당선인을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 단일 후보로 내세우는데 합의했다. 추 당선인은 “(당내) 최다선(6선)인 두 사람이 국회의 관례를 존중하고 국회를 선도하는 모범을 보이고자 합의했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민주당 당선인과 당원들이 대동단결해 총선 민심을 실현하는 개혁국회를 위한 마중물이 되고자 후보 사퇴한다”고 했다.
이를 두고 당내 최다선인 두 사람이 사실상 전·후반기 의장을 나눠 갖기로 이면 합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사실상 추 당선인에게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조 의원이 다선이 의장에 오르는 관례를 내세워 후반기 의장을 노리기 위해 단일화에 합의한 것”이라고 했다.
5선의 정성호 의원도 이날 국회의장 경선 후보직 사퇴를 선언했다. 정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그간 성심껏 도와주시고 지지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죄송하다”고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추 당선인으로의 쏠림 현상이 심해지면서 친명계 지지 기반이 겹치는 정 의원으로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했다.
특히 찐명 박찬대 원내대표가 의장 선거 후보 등록일(7~8일) 직전인 5일과 6일 각각 조 의원과 정 의원을 만나 ‘당원들의 뜻’을 이유로 사퇴를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명계 핵심 관계자는 “이 대표도 당원들이 추 당선인을 압도적으로 지지하는 뜻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사를 가지고 있었다”고 했다. 이 대표가 차기 대선 행보를 위해서 전략적으로 추 당선인을 의장 후보로 선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대선이 3년이나 남은 상황에서 이 대표가 유권자들의 피로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추 당선인이 강성 행보를 펼치면서 정부 여당과 대립각을 세워주면 이 대표로서는 상대적으로 민생 이슈에 집중하면서 운신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16일 치러지는 국회의장 후보 당내 경선은 추 당선인과 우원식 의원(5선·서울 노원을)의 양자 대결로 치러지게 됐다. 우 의원의 경우 김근태계와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이 중심인 ‘더 좋은미래’와 과거 자신이 위원장으로 활동했던 을지로위원회 등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 의원 역시 후보 등록 과정에서 친명계 모 인사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았으나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우리는 개혁국회를 만들어야하며, 선수는 단지 관례일뿐”이라면서 “결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나누듯이 단일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참으로 유감”이라고 했다.
● 민주당 일각 “원내대표 이어 의장까지 추대하나”
친명계가 “의장은 중립이 아니다”라며 국회의장의 중립성을 부정해온 추 당선인을 지지하고 나서면서 22대 국회에서 ‘거야(巨野) 독주’ 체제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추 당선인은 이 대표의 당내 핵심 지지 그룹이자 당내 강경파인 ‘처럼회’와 ‘더민주전국혁신회의’의 지지를 상당수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가 박 원내대표 등 친명계 인사들을 내세워 사실상 후보군 정리에 나선 것을 두고 원내대표 선거에 이어 의장 선거에서도 ‘명심(明心)’이 작용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원내대표가 자신의 영역도 아닌 국회의장 선거에 나서서 관여하는 건 전례 없는 일”이라고 했다. 또 다른 초선 의원도 “엄정한 중립을 지켜야 할 국회의장까지 대표 의중에 따라 선출되는 게 맞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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