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정상회의 앞두고 中 의식한듯
美-日, 前관료-의원 중심 대표단 파견
정부가 20일 친미·반중 성향의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총통 취임식에 정부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기로 했다. 26, 27일로 확정된 한중일 정상회의를 앞두고 대만 문제에 민감한 중국을 의식해 내린 결정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지난해 12월 부산에서 열린 한중일 외교장관회담 당시, 왕이(王毅)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장관)은 정상회의 개최와 관련해 ‘우호적 여건 조성’ 등을 전제 조건처럼 언급한 바 있다. 중국 외교부는 회담 보도자료에 “3국은 정상회의 조건을 조성하고 준비를 서두르기로 동의했다”고 했다. 당시 우리 정부에선 이 ‘조건’이 민주주의 정상회의(3월)나 대만 총통 취임식(5월) 등 중국이 민감해하는 정치 일정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다만 정부 고위 관계자는 “1992년 한중 수교 당시 ‘하나의 중국’을 존중한다는 우리 기존 입장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중일 정상회의가 정부 대표단 미파견 결정에 변수가 된 건 아니라는 것. 이 관계자는 “중국 측에서 취임식과 연계해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를 거론한 적은 없다”고도 했다.
한국은 앞서 중국과 수교하면서 대만과 단교했다. 양국은 대사관이 아닌 상주대표부를 설치해 외교관계를 유지 중이다. 정부는 앞서 대만 총통 취임식 때도 정부 대표단은 파견하지 않았다. 다만 미국은 이번에 브라이언 디스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등 전직 고위관료 중심으로 구성된 대표단을 대만에 파견한다. 일본도 초당파적인 친대만 국회의원 모임인 ‘일화(日華) 의원 간담회’ 소속 의원 30여 명이 대만으로 향한다. 중국 측은 이번 한중일 정상회의와 관련해 1박 2일 일정만 소화할 것으로 전해졌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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