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동서로 248km에 달하는 휴전선(군사분계선·MDL) 북측 지역에 지뢰 매설 작전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하루에 많게는 병력 수천 명과 굴착기 등 중장비까지 비무장지대(DMZ)에 대거 투입해 작업하고 있다는 것. 북한은 주요 축선(軸線·남북이 공격 및 방어 작전을 수행할 때 쓰는 휴전선 일대 접근 통로)을 중심으로 지뢰를 매설하는 것은 물론 철조망, 신규 감시초소(GP) 등 각종 구조물까지 설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휴전선 일대에서 전방위적으로 이런 조치가 이뤄지는 건 정전협정이 체결된 1953년 이후 처음이다.
16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군은 지난달부터 하루에 수백∼수천 명에 달하는 병력을 휴전선 일대에 투입해 지뢰를 매설하고 있다. 매설 지역은 강원 고성 일대 등을 접한 동해안 축선부터 철원·경기 연천 등에 접한 중부전선 축선의 북측 지역이다. 최근에는 지뢰 매설 범위를 서부전선 축선 북측 지역까지 확대해 사실상 6·25전쟁 때 형성된 전 전선에 걸쳐 전방위로 지뢰 매설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12월 초부터 DMZ 내 경의선 육로 등에 지뢰를 매설한 바 있다. 이후 올해 1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접경 지역의 북남(남북) 연계 조건들을 철저히 분리하기 위한 단계별 조치를 실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전 전선에 걸쳐 지뢰를 매설하는 건, 김 위원장 지시에 따라 남북 간 눈에 보이는 국경선을 만드는 작업을 본격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北, 한번에 수천명 투입해 지뢰 매설… 남북 완전단절 나선 듯
北, 휴전선 지뢰 매설 김정은 지시후 지뢰매설 속도전 6·25때처럼 전지역 걸쳐 작업
앞서 북한은 지난해 12월 개성공단으로 이어지는 남북 간 유일한 연결 육로인 DMZ 내 경의선(서부)과 금강산으로 통하던 남북 연결 육로인 동해선(동부)에 지뢰를 매설한 바 있다. 또 남북이 2018년 9·19 군사합의 이행 차원에서 공동 유해 발굴을 위해 개설한 DMZ 내 화살머리고지 전술도로(강원 철원·중부) 북측 구간에도 일제히 지뢰를 매설했다. 남북 교류·화해의 상징 격인 도로를 우선 택해 집중적으로 지뢰를 묻으며 사실상 관계 단절을 선포한 것.
북한은 이제 여기서 더 나아가 당시 지뢰를 매설하지 않았던 구간에도 대규모 병력을 투입해 지뢰를 촘촘히 매설하고 있다. 남북 관계에 대한 ‘완전 단절’ 조치에 나선 것이다.
북한의 이 같은 움직임은 한미 정보당국 감시자산에 수시로 포착되고 있다. 한미에 보란 듯 노골적으로 관련 작전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 소식통은 “DMZ 내 특정 지역에 한 번에 북한군 수천 명이 투입되는 건 매우 이례적”이라며 “한미 군 당국은 관련 동향을 밀착 감시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북한군은 이달부터 아예 굴착기 등 중장비까지 DMZ 내에 투입하며 지뢰 매설 구간을 대폭 확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2018년 10월 화살머리고지 전술도로 개설 목적으로 DMZ 내에 남북이 소형 굴착기 등을 동원한 적은 있지만 적대적 목적으로 대형 굴착기 등 중장비가 들어온 건 정전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정전협정 관리·유지 임무를 맡은 유엔군사령부와의 사전 협의 없이 이런 중장비를 DMZ 내에 들이는 건 정전협정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 북한이 휴전선 일대에서 6·25전쟁 당시 서부·중부·동부에 걸쳐 형성된 사실상 전 전선에 걸쳐 지뢰를 매설하는 건 남북 관계를 6·25전쟁 또는 정전협정 직후 벼랑 끝 대치 중이던 당시로 되돌리겠단 의미인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 위원장은 1월 연설에서 “통일, 화해, 동족이라는 개념 자체를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면서 한국을 ‘철두철미 제1의 적대국’으로 간주하는 내용을 북한 헌법에 명기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정부 소식통은 “남북 관계를 되돌릴 수 없는 수준으로 차단하겠다는 뜻을 행동으로 보이며 무력시위를 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윤석열 정부가 북한의 계속되는 관계 단절 시위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으니 수위를 계속 높여가며 반응을 떠보는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조만간 서부전선 끝까지 지뢰를 매설하는 등 일련의 조치를 완료한 후 과거보다 높은 수위로 남북 관계 단절 선언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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