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2018년 9월 평양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렇게 주장했다고 문재인 전 대통령이 회고록에서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우리가 평양에서 김 위원장으로부터 들은 바로는 폼페이오가 (그해) 평양을 방문해 종전선언의 대가로 핵 신고 리스트를 요구했다”며 김 위원장이 이같이 반응했다고 전했다. 문 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맹수 앞에 포수가 총 한 자루로 생명을 지키고 있는데 총을 내려놓으라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은 당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이런 요구로 인해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상당 기간 지체되고 불투명해지는 상황까지 갔다”는 인식을 나타냈다. 문 전 대통령은 비핵화 협상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해 “결국 미국은 우리보다 덜 절박한 것”이라며 “그런 미국에 운명을 맡길 수밖에 없는 우리 처지가 참 안타깝다”고 했다.
● 金 “보유 중장거리 미사일 없다” 했지만
문 전 대통령은 17일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 외교안보 편’(사진)을 통해 2018∼2019년 남북, 북-미 대화 후일담 등을 공개했다.
문 전 대통령은 2018년 4월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당시 도보다리에서 김 위원장이 “체제 안전만 보장되면 핵을 내려놓을 것”이라며 “나도 딸이 있는데, 딸 세대한테까지 핵을 머리에 이고 살게 할 순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전했다.
문 전 대통령은 2018년 9월 평양 방문 당시엔 김 위원장이 “(이미 만든) 중장거리 미사일은 모두 시험 발사하고 보유한 게 없어 문제없다”고 말했다고 했다. 김 위원장에게 “중장거리 미사일을 먼저 폐기하면 미국에 성의 있는 비핵화 조치가 될 수 있다”고 제안하자 이같이 답했다는 것. 하지만 당시 정부 고위 관계자를 지낸 인사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이미 최소 여러 기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는 게 당국의 판단이었다”고 했다.
2018년 5월 두 번째 판문점 회담 당시 남북 정상이 이메일 연락에 합의한 사실도 회고록에서 공개됐다. 문 전 대통령은 5월 판문점 회담 며칠 전 문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 집무실을 연결하는 직통 전화를 개설했다는 사실도 밝혔다. 실제 가동은 안 됐다고 한다. 문 전 대통령은 “(남북 간 직통 전화를) 가동하자고 (내가) 독촉했다”며 “김 위원장의 대답은 ‘집무실이 노동당 청사에 있어 일주일에 한두 번 출근하고 대부분 지방을 다녀 없을 때가 많고 보안도 염려되니 확실히 보안이 지켜지는 이메일로 하면 좋겠다는 거’였다”고 했다. 또 “(김 위원장이) 이메일은 자기가 지방 현장에 가도 노트북을 늘 갖고 다녀 언제든 주고받을 수 있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메일 연락은 북한 쪽의 보안 시스템 구축 작업 지연으로 실제로는 안 됐다고 문 전 대통령은 말했다.
● 金 “내 전용기 비행 범위 굉장히 좁아”
회고록에는 2018년 4월 도보다리 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문 전 대통령에게 “중국에 의존해 비행기를 이용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 사실도 공개됐다.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 정상회담(2018년 6월)을 앞두고 “솔직하게 (내) 전용기로 갈 수 있는 범위가 굉장히 좁다”면서 이같이 말했다는 것. 이후 김 전 위원장은 2차 북-미 정상회담(2019년 2월)을 앞두고 2018년 9월 북한 삼지연에서 문 전 대통령을 만나선 “싱가포르에 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중국 비행기를 이용했는데, 정말 내키지 않았다”고 했다고 한다. 문 전 대통령은 “김 전 위원장이 (북-미 회담 장소로) 판문점이 안 된다면 기차로 이동 가능한 몽골을 바랐다”며 “몽골도 어렵다면 미국이 북한 해역에 항공모함 같은 큰 배를 정박시키고 거기서 회담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문 전 대통령은 2018년 9월 평양 정상회담 당시 “언젠가 연평도를 방문해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고통을 겪는 주민들을 위로하고 싶다”고 한 김 위원장의 발언도 소개했다.
북한이 매우 예민하게 반발하는 대북전단과 관련해서 문 전 대통령은 “수준이 저열한 대북전단은 우리 자신을 부끄럽게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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