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문재인 전 대통령이 발간한 외교안보 분야 회고록을 두고 “여전히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고 비판했다. 문 전 대통령이 회고록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맹수 앞에 포수가 총 한 자루로 생명을 지키고 있는데 총을 내려놓으라는 것 아니냐”라는 등의 발언을 소개하며 북한의 비핵화 협상이 진전을 이루지 못한 것과 관련해 북한을 두둔하는 듯한 평가를 담자 이를 지적한 것.
문 전 대통령이 회고록에서 부인 김정숙 여사의 2018년 인도 타지마할 방문을 “(영부인의) 첫 단독 외교”라고 평가한 것에 대해서도 “능청맞게 웬 흰소리인가”라고 반발했다. 여권의 공격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옹졸하고 구차하다”고 맞붙었다.
● “文, 써야 할 것은 참회록”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19일 통화에서 “(문 전 대통령이) 써야 할 것은 회고록이 아니라 참회록”이라고 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잘못해서 긴장이 고조되고 북한이 핵무기 고도화에 열을 올리는 상황이 돼 버린 것에 대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안 의원은 또 “문 전 대통령은 미국보다 북한과 김정은의 말을 더 신뢰하는 듯하다. 미국의 부족한 아량 탓에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됐다는 주장에 누가 우리의 동맹인지 헷갈릴 정도”라고 꼬집었다.
같은 당 나경원 당선인도 “지도자의 나이브(안일하고 순진)함은 심각한 무능이고 국가의 큰 리스크”라며 “문 전 대통령은 여전히 ‘김정은 대변인’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고 했다. 윤상현 의원도 “지금도 김정은의 비핵화가 진심이라고 믿고 있나. 이런 분이 대한민국, 아니 ‘남측의’ 대통령이었다는 게 참 충격적”이라며 “참으로 ‘삶은 소대가리가 앙천대소(하늘을 보고 크게 웃을)할 노릇’”이라고 했다. 조해진 의원은 회고록에서 김 위원장의 ‘연평도를 방문해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고통을 겪는 주민들을 위로하고 싶다’는 발언을 소개한 데 대해 “피해 주민과 국민을 대표해서 책임을 묻기는커녕, 가해자인 김정은을 배려와 자비심을 가진 지도자로 소개하는 소재로 인용한 것은 기가 막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 野 “與, 책 내용 왜곡하며 공격”
2018년 김정숙 여사가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인도 타지마할에 단독으로 방문해 논란이 됐던 점에 대해서도 여권은 공세를 펼쳤다. 야권에서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법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맞불 반격’에 나선 것.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이 부인 김 여사의 타지마할 방문을 ‘단독 외교’라고 한 것에 대해 “국정감사를 통해 외교부가 김정숙 여사를 초청해 달라고 인도 측에 의사를 먼저 타진한 ‘셀프 초청’ 사실을 확인했다”라며 “국민을 어찌 보고 능청맞게 웬 흰소리인가”라고 했다.
윤 의원도 “대통령 부인에 대해 특검을 한다면 김정숙 여사가 먼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문 전 대통령은 타지마할 세금낭비에 대해 회고록이 아닌 대국민 사과에 나서야 마땅하다. 국민을 우롱하는 경거망동을 삼가고 자중하라”고 지적했다.
여권의 공세에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냈던 민주당 한병도 의원은 “책의 극히 일부분을 가지고, 그것도 내용까지 왜곡하며 공격하고 나섰다”라며 “해외 순방 중 김건희 여사의 명품 매장 방문 사실도 ‘외교 행보’니, ‘문화 탐방’이니 방어하기 급급했던 국민의힘 아닌가. 전 정부에만 박절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친문(친문재인) 박광온 의원도 “(회고록은) 문재인 정부의 성과뿐 아니라 이루지 못한 일의 의미와 배경, 실패의 원인과 결과를 성찰하는 데도 중점을 뒀다”며 “윤석열 정권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정권들이 깊이 참고해야 할 대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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