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가 오는 29일 문을 닫는 가운데 마지막까지 여야의 양보없는 충돌이 계속되고 있다. 최대 뇌관인 채상병 특검법 외에 전세사기특별법 등 쟁점 법안 처리와 라인 야후 사태 등을 놓고 정치권이 막판까지 극한 대치를 보일 전망이다.
윤 대통령이 오는 21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문턱을 넘은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당은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국민의힘과 정부, 대통령실은 전날(19일)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에서 비공개 협의회를 열어 채상병 특검법 거부권 건의 절차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야당은 “거부권 행사가 윤석열 정권 거부사태를 촉발할 것”이라며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며 맞서는 모습이다. 야권은 이날 야6당 공동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이번 주 대규모 장외 집회를 이어가며 압박 수위를 높일 계획이다. 거부권이 행사되면 25일엔 시민단체와 함께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장외 집회를 연다.
이날 오후 국회 민주당 대표실에서 열리는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회동도 주목된다. 상견례 형식의 회동인 만큼 덕담을 주고받는 정도의 자리로 보이나, 최대 쟁점인 채상병 특검법 등이 언급될 가능성도 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의 행사로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로 돌아오면 민주당은 오는 28일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재의결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진표 국회의장도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22대 국회 개원 전 여야 합의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민주당은 ‘과반수 출석 및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 재의결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여당 의원 설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의원 113명 가운데 18표만 이탈해도 거부권이 무력화된다. 김웅·안철수 의원 등이 공개적으로 채상병 특검법 찬성 입장을 내비치고 있고, 불출마·낙천·낙선 등으로 곧 국회를 떠나는 55명도 변수가 될 수 있다. 단일대오를 유지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이탈표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민주당은 28일 본회의에서 지난 2일 야권 주도로 본회의에 부의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도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재명 대표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을 반드시 통과시킬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전세사기 피해자를 ‘선구제 후회수’ 방식으로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이 법안에 대해 여당은 재정 부담, 법안의 모호성 등을 이유로 난색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민주유공자법 등에 대해서도 21대 국회 임기 내 처리를 벼르고 있다.
상임위 곳곳에서도 충돌이 예상된다. 이번 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라인야후 사태의 정부 책임론을 두고 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과방위 여야 간사는 21일 전체회의를 열어 라인 사태에 관해 현안질의를 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과방위는 앞서 민주당이 지난 16일 단독으로 전체회의 소집을 요구했다가 개의 직전에 민주당의 소집 요구 철회로 취소된 바 있다.
이처럼 여야 간 첨예한 대치 전선이 이어지면서 입법 성적표는 역대 최악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21대 국회는 지난 4년간 2만 5839건의 법안을 발의했지만, 처리한 법안은 9455건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법안 통과율이 36.6%로 최악의 식물 국회라고 평가받았던 20대 국회 37.3%와 비슷한 수치다.
통상 총선 직후에 열리는 마지막 국회에서 여야는 밀린 민생법안을 합의처리해 왔다. 지난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도 과거사법, n번방 방지법 등 법안 133건을 통과시킨 바 있다. 그러나 이번 국회에서는 채상병 특검법 등을 두고 마지막까지 대치하면서 이 역시 불투명해진 상태다.
이에 고준위방사성폐기물관리 특별법과 예금자보호법 개정안, ‘구하라법’(민법 개정안), 위기임산부 지원 법안(한부모가족지원법 개정안) 등 국회에서 계류 중인 법안 1만 6384건은 9일 후면 21대 국회 폐원으로 자동 폐기된다. 이렇게 되면 22대 국회에서 법안 제·개정을 원점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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