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으로 막내린 21대 국회]
21대 국회 종료 전날까지 고성 공방
여야 이견 좁힌 법안도 처리 못해
고준위법 등 시급한 법안도 불발
‘1만6359개.’
21대 국회 임기 종료(29일)와 함께 폐기될 법안들의 개수다. 여야가 임기 종료 하루 전에 열린 마지막 본회의에서도 고성 공방을 주고받으며 정쟁을 벌인 가운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등 소관 상임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법안들이 줄줄이 사라지게 된 것. 이 중에는 ‘외국인아동출생등록법’ ‘체액(정액) 테러 처벌법’(성폭력특례법) 등 여야 간 이견이 없는 민생 법안들도 대거 포함돼 있다.
반도체 지원법인 ‘K칩스법’이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사용후핵연료) 특별법’ 등 산업계에서 신속한 처리를 요구해 온 주요 산업 관련 법안들도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 여야 공감대 이룬 법안도 폐기
28일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에 계류된 법안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등 특검법 20개를 제외하고 1만6359개에 이른다. 이 중 법사위에 계류된 법안만 1676개로, 상당수는 여야가 공감대를 이뤄 법사위 전체 회의만 열리면 통과될 수 있었던 법안들이다.
양육 의무를 다하지 못한 친부모가 자녀의 유산을 상속하지 못하도록 제한한 ‘구하라법’(민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국내 외국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에게 출생등록을 해주지 못하는 ‘인권 사각지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외국인아동의 출생등록에 관한 법률안’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6월 발의된 법안은 지난달 법안 소위에 상정됐지만 여야 간 극한 대치로 지난달 7일 이후 법안 논의를 위한 법사위 회의가 열리지 않아 더 진전되지 못했다. 법사위 관계자는 “해당 법안의 타협점을 찾는 데 성공했지만 회의 자체가 열리지 않으니 할 수 있는 게 없었다”고 말했다.
‘체액 테러’를 방지하기 위한 성폭력특례법 일부 개정안도 여야 모두 처리에 합의했지만 폐기될 것으로 전망된다. 2021년 7월 발의돼 법사위에 계류돼 있는 해당 법안은 처벌 대상에 ‘물건을 이용한 음란행위’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현행법상 성범죄로 규정되지 않아 처벌의 사각지대에 있는 체액 테러를 방지할 수 있다.
● ‘처리 시급’ K칩스법·고준위법도 폐기
반도체 등 국가전략시설 투자액 세액공제 기한을 올해 말에서 2030년까지 연장해주는 ‘K칩스법’ 연장안이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국가 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전력망법)도 폐기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일본은 반도체 산업에 대규모 보조금을 지원하고 나섰는데, 한국은 기존에 있던 세제 혜택까지 사라질 위기”라고 말했다. 전력망법이 통과에 실패하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원자력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사용후핵연료)의 관리 및 처분 내용을 담은 고준위 특별법도 처리가 어렵게 됐다. 업계에선 2030년부터 각 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임시 저장소가 포화될 경우 멀쩡한 원전 가동을 멈춰야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 외에도 정부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3% 이하로 제한하는 내용의 재정준칙 법제화를 비롯해 정부가 추진했던 상반기(1∼6월) 신용카드 사용 금액 증가분에 대한 소득공제 확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세제 혜택 확대 등 민생 법안들도 폐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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