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오물 풍선 테러’]
“전국에 퍼지기 전에 대응했어야”
소극적 매뉴얼 재정비 필요 지적
오물을 실은 대형 풍선이 휴전선을 넘어 수도권은 물론이고 경남, 전북 등에서도 발견되면서 일각에선 우리 군 방공망이 제 역할을 못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대원들은 패러글라이더를 타고 이스라엘로 기습 침투했다. 이런 참사가 한국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는 것. 북한이 풍선에 생화학무기나 폭탄을 실어 날릴 경우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보다 적극적인 풍선 대응 매뉴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군은 이번 북한의 오물 풍선들이 휴전선 이북 상공에 떠 있을 때부터 감지했다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29일 “28일 저녁 휴전선으로 접근하는 풍선들을 최전방 부대의 대공 레이더와 열상감시장비(TOD) 등으로 사전에 포착해 밀착 추적 감시했다”고 강조했다. TOD로 탐지한 영상 등을 통해 해당 풍선이 전단이나 오물 등을 실은 대남 풍선이란 사실을 식별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풍선들이 서울 도심 등 인구 밀집 지역까지 날아가기 전에 떨어뜨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휴전선을 넘자마자 기관총 등으로 격추하는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것. 다만 군 관계자는 “생화학무기나 폭발물이 담긴 풍선을 격추할 경우 오히려 공중 폭발하면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고 했다. 휴전선 일대에서 풍선을 격추하면 북한에 추가 도발 빌미를 줄 수 있는 데다 이미 넘어온 풍선을 사격할 시 민가에 피해를 줄 수 있는 만큼 상공 대응을 결정하기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북한 풍선 도발에 대한 우리 군의 대응 지침 자체가 수동적이란 지적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현재 우리 군 내부 지침은 풍선이 포착되면 추적 감시하다가 떨어질 경우 낙하 지점에서 폭발물 처리반(EOD) 등이 이를 수거하는 방식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운태 전 육군참모차장(원광대 석좌교수)은 “대남 풍선을 향해 기관총을 발사해 탄이 북측에 떨어질 경우 북한에 추가 도발 명분을 줄 수 있다”면서도 “하마스의 패러글라이더 침투 등 새로운 위협이 등장하고 있는 만큼 군 당국의 풍선 관련 대응 지침도 새로운 침투 양상을 반영해 세부적으로 재정비할 필요는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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