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군용기 등 전파장애 740건”
북한이 대규모 ‘오물 풍선 테러’ 하루 만인 30일 미사일 20발 가까이를 무더기로 동해상을 향해 발사했다. 전날에 이어 이날 이틀 연속 서해에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전파 교란 공격도 감행했다. 오물 풍선 테러의 이유로 내세운 민간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중단하게끔 우리 정부를 압박하고, 한국 내 사회 혼란 및 남남갈등까지 증폭시키려는 의도인 것으로 풀이된다.
군에 따르면 30일 오전 6시 14분경 평양 순안 일대에서 20발가량의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이 동해상으로 발사돼 350여 km를 비행한 후 낙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행 속도·고도 등을 볼 때 초대형방사포(KN-25)를 일제히 쏜 것으로 추정된다. 대남 전술핵 공격 수단인 초대형방사포는 이동식발사차량에 설치된 4∼6개의 발사관에서 연속 사격할 수 있다. 군 관계자는 “2022년 말 SRBM 등 10여 발을 동해로 쏜 이후 20발가량 동시에 쏜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이날 미사일 도발 1시간 반 뒤엔 GPS 교란 공격도 이어졌다. 오전 7시 50분경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연평도와 인천 등 남쪽으로 GPS 교란 전파를 쏜 것. 이틀 연속 대남 GPS 교란 공격에 나선 것이다. 이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오후 6시 기준 북한 GPS 교란으로 인해 접수된 선박 및 항공기의 전파 장애 건수가 740건이라고 밝혔다. 일반 어선이나 여객기 외에 군함 및 군용기도 포함된 수치다.
“北, 남남갈등 부추겨 대북전단 차단 의도”
北 연쇄도발
어제 미사일 20발 가량 동시발사
정부 “전단살포 자제 요청할지 검토”
북한이 ‘오물 풍선’ 테러와 GPS 교란 공격, 무더기 미사일 발사까지 단기간에 릴레이식 집중 도발에 나선 것은 한국 사회를 최대한 흔들고 남남 갈등을 부추기려는 의도인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 민간 단체의 대북 전단에 대해 김정은 정권이 극도로 불편하게 반응해온 만큼 우리 정부를 압박해 대북 전단 살포를 막도록 압박하려는 속셈으로 보인다. 정부 소식통은 “그간 대북 전단 살포나 북한에 대한 맞대응 등을 두고 한국에서 이념·진영 간 갈등이 불거진 적이 많았다”며 “북한은 남남 갈등을 증폭시키기 위해 도발 수위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2014년 10월 북한은 탈북민 단체 등이 날린 대북 전단이 실린 풍선에 처음으로 고사총을 쐈고, 우리 군은 맞대응했다. 이에 남북 간 긴장 수위는 고조됐다. 접경 지역 주민들이 반발하고 전단 살포를 둘러싼 찬반 단체 간 충돌도 이어졌다. 결국 당시 박근혜 정부가 민간 단체에 전단 살포 자제를 요청하고 경찰력으로 전단 살포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혼란이 가중됐다. 이후 문재인 정부 때는 2020년 6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대북 전단 살포를 “망나니짓”이라고 맹비난한 이후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문재인 정부는 대북 전단 살포 단체를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하고 법인 허가를 취소했다. 당시 여당은 대북 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김여정 하명법’으로도 불린 이 법을 두고 진영 간 갈등이 격화됐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9월 이 법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윤석열 정부는 일단 대북 전단 살포 자체에 대해 당장 적극 개입하진 않겠다는 방침이다. 정부 소식통은 “과거 상황과 비교해 접경지 긴장 수위가 아직까진 크게 높지 않다”며 “대북 전단을 살포한 민간 단체들과 소통 채널을 유지하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다만 정부는 북한의 추가 도발로 접경지 주민 안전이 크게 위협받을 경우 전단 살포 자제를 요청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주민 피해가 예상된다면 규정에 따라 조치를 취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기준 북한 GPS 교란으로 인해 군함과 군용기를 포함해 740건의 선박 및 항공기 전파 장애 건수가 접수됐다. 선박의 경우 피해는 대부분 서해 지역에 집중됐다. 해경은 전남 목포에서도 선박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인천 옹진군 연평도의 한 어민은 “북한의 전파 교란으로 GPS를 설치한 어구를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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