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이재명 등 잇단 부활 주장
與, 당권주자 전대 지원군 확보 포석
野선 성난 권리당원 달래기 속내
사무실 임대 등 비용 필요한 지구당… “정치개혁 퇴행-불법자금 우려” 지적
여야가 22대 국회 첫날부터 불법 정치자금 조장 논란 등으로 2004년 폐지된 지구당을 20년 만에 부활시키는 법안을 잇달아 발의했다.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인사들이 “지구당 부활이 정치개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이재명 대표가 “(지구당 부활은) 중요한 문제”라고 밝히면서 ‘지구당 부활’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구당이 부활하면 현역 의원뿐만 아니라 지역 원외 정치인도 후원금을 모집하고 사무실을 열어 정치 활동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구당 운영에 상당한 비용이 필요해 “돈 먹는 하마”란 비판 속에 사라진 지구당이 부활하면 “정치개혁이 퇴행되고 불법 정치자금을 막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지구당은 1962년 총선 선거구 단위로 지역 의견을 수렴하자는 취지로 설치됐던 중앙당 하부 조직이다. 2002년 일명 ‘차떼기’로 불리는 불법 대선자금 사건 이후 지구당 폐지 여론이 일었고, 2004년 일명 ‘오세훈법’이라 불리는 정당법 개정안 등이 국회를 통과해 폐지됐다.
● 與 “당권 주자 경쟁용” 野 “강성당원 달래기”
한 전 위원장은 이날 “‘차떼기’가 만연했던 20년 전에는 지구당 폐지가 ‘정치개혁’이었다”며 “지금은 정치 신인과 청년에게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지구당을 부활하는 것이 ‘정치개혁’”이라고 밝혔다. 한 전 위원장은 2002년 불법 대선자금 수사팀이었다. 나경원 의원도 “당연히 부활해야 한다”고 했고 안철수 의원도 “정치 신인을 위한 개혁 과제”라고 했다. 윤상현 의원은 이날 지구당 부활 법안을 발의했다.
여당 당권 주자들이 잇달아 지구당 부활을 약속한 속내는 “전당대회 때 수도권 원외 세력의 표심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이란 해석이 나온다. 여당이 참패하면서 전국 지역구(254개) 중 원외 위원장이 현역 의원보다 많은 상황이다. 국민의힘 원외 위원장 전원은 이날 성명에서 “여야가 합심해 즉각 지구당 부활 입법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한 수도권 원외 위원장은 “지구당 부활을 약속하는 당권 주자의 든든한 지원군이 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지구당 부활을 국회의장 당내 경선 결과에 연쇄 탈당으로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권리당원들을 달래는 방안 중 하나로 보고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 대표도 (지구당 부활을) 대의 민주주의와 직접 민주주의의 충돌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여기에 지구당을 발판으로 향후 지방선거와 대선에서 부산 등 험지를 공략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 “지구당 부활로 정치자금 우려 커질 것”
이날 윤상현 의원과 민주당 김영배 의원은 각각 지구당 부활과 관련한 정당법,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여야가 합심해 지구당을 부활시키는 법안을 통과시키면 원외 위원장이 현역 의원처럼 후원금을 모금하고 유급 직원을 두고 사무실을 운영할 수 있다. 다만 윤 의원 법안은 유급 직원 2명과 후원회 모금 한도 1억5000만 원, 김 의원 법안은 유급 직원 1명과 후원회 모금 한도 5000만 원으로 차이가 있다.
하지만 “고비용 저효율 정치 구조부터 개선해야지 무턱대고 지구당부터 부활하는 것은 정치개혁 퇴행”이란 비판도 적지 않다. 사무실 임대와 직원 채용 등에 상당한 비용이 들어 지구당 조직을 매개로 불법 정치자금 우려가 재차 불거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 한 여당 3선 의원은 “원외위원장들이 지역 토호, 권력자 행세를 하면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는 고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구당을 부활시켰다가 불필요한 스캔들로 검찰발 사법 리스크가 커지는 것 아니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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