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 다니며 의원들에 축하주 돌려
추경호 “똘똘” 선창, 의원들 “뭉치자”
개원 첫날 ‘당론 1호 법안’ 없이
野입법독주 저지 ‘단일대오’ 강조
윤석열 대통령은 22대 국회 개원 첫날인 30일 국민의힘 소속 의원 1박 2일 워크숍에 참석해 “지나간 것은 다 잊어버리고 우리가 한몸이 돼 나라를 지키고, 개혁하고 국가의 미래를 위해 이 나라를 발전시키자”며 “여러분과 한 몸으로 뼈가 빠지게 뛰겠다”고 말했다. 4년간 국회의원 임기를 시작한 여당 의원들에게 ‘단일대오’를 강조한 것이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과 장호진 국가안보실장, 성태윤 대통령정책실장 등 3실장과 7수석이 모두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충남 천안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이날 워크숍 만찬에서 “여러분과 함께 선거와 여러 국정 현안에서 한 몸이 돼 싸워왔기 때문에 뵈니까 기분이 좋다”며 ‘한 몸’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오늘 저녁은 아까 맥주도 놓지 않아야 된다고 했는데 오늘 내가 좀 욕 좀 먹겠다”며 테이블을 다니며 의원들에게 맥주를 축하주로 돌렸다. 의원들은 한 명씩 모두 대통령과 기념 사진을 찍었다.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은 “우리 대통령이 우리와 함께 하나가 되겠다는 큰 행보”라고 말했다. 의원들은 “윤석열 파이팅”을 삼창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 윤 대통령이 도착하기 전부터 “제일 중요한 화두는 단합과 결속이다. 쉬운 말로 똘똘 뭉쳐야 한다. 뭉치지 않으면 아무것도 막아내지 못한다”(추경호 원내대표)라며 단일대오를 강조했다. 야당의 ‘김건희 특검법’ ‘채 상병 특검법’ 등 처리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재표결에 대비해 거부권이 무력화되는 8표 이탈을 막는 것을 여당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밝힌 셈이다.
추 원내대표는 워크숍 개회사에서 “거대 야당의 입법 폭주와 독주, 의회독재를 막아야 한다”며 “똘똘”이라고 선창했다. 의원들은 “뭉치자! 뭉치자! 뭉치자!”라고 삼창했다. 황 위원장 역시 “108석을 소수 정당이라고 하는데 108석은 굉장히 큰 숫자”라며 “우리 뒤에는 대통령이 있는 정말 강력한 정당”이라고 했다.
하지만 집권 여당이 정책 주도권을 선점할 당론 1호 법안을 내놓는 대신 거부권 무력화를 막기 위한 결속만 강조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 지도부 출신의 여당 중진 의원은 “당이 디펜스(방어)하기에 바빠 오펜스(공격)할 여력이 없는 상황에 내몰린 것 같다”며 “체질 자체가 패배주의에 빠져버렸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당론 1호 법안 등은 워크숍 이튿날인 31일 오전에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강연도 정책과 비전 관련 내용이 아닌 ‘투쟁 구호’가 줄을 이었다. 강연자로 나선 인명진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용산과 거리를 둬야 한다, 수직(적 당정관계) 어쩌고 하는데 그거 다 쓸데없는 소리”라며 “절대로 탄핵이 있어서는 안 된다. 하야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인 전 위원장은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을 겨냥하기도 했다. 그는 “비대위원장이 구의원 선거도 안 해보지 않았나”라며 “이런 상황 속에서 선거에 이길 수 있었다고 생각하면 정치 무뇌아”라고 말했다. 권영세 의원은 “친윤(친윤석열), 친한(친한동훈) 등 별 이야기가 다 나오는데 그런 구분을 철저히 지양해야 한다”며 “오야붕(두목의 일본어), 꼬붕(부하의 일본어)처럼 따라다니는 모습은 별로 좋지 않다”고 했다.
영남지역의 한 초선 의원은 “정책정당이나 민생정당 얘기를 많이 할 줄 알았는데 계속 탄핵 얘기만 나와서 의아했다”고 했다. 한 중진 의원은 “임기 3년을 남기고 여당이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입법 비전을 제시하기도 바쁜데 시간을 까먹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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