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위에 앉은 새는 가지가 부러지는 걸 두려워 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날개를 신뢰하기 때문입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30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주포럼’ 공식 만찬에 모인 참석자들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류시화 시인의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는 산문집의 한 구절을 인용한 것이다. 조 장관은 한국의 ‘날개’를 “다양한 지역과 영역에 걸친 네트워크와 파트너십”이라고 강조했다. 이달 29일부터 31일까지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협력’이란 주제로 열린 제주포럼에는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일본 총리, 까으 끔 후은 아세안 (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사무총장, 레베카 파티마 마리아 APEC 사무국장을 포함한 250여 명의 글로벌 리더들이 참여했다.
조 장관은 최근 10년 사이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환경이 크게 달라졌다고 언급하면서 “자유주의와 권위주의 세계관 사이에 격차가 커지면서 (이념적) 가치와 분리된 실용적이고 국익에 기반한 외교 정책을 추구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안보와 경제, 기술 영역이 점점 더 얽히면서 우리 외교의 전통적인 안보와 경제 영역의 분리도 약화되고 있다”고 했다. 미중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전세계 각국의 대외정책이 시장의 효율보다는 가치에 기반한 신뢰를 중시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는 현실을 지적한 발언으로 보인다.
조 장관은 이런 대외적 환경 속에서 한국 외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인도 태평양 전략에 따른 역내 협력 네트워크의 허브”로서의 역할을 강조했다. 한국이 지난해 한미일 캠프데이비드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최근 한중일 정상회의, 나토나 G7, 유럽과 북태평양 등 여러 파트너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해온 것이 주요 사례로 거론됐다. 조 장관은 다음달 4, 5일 서울에서 최초로 아프리카 48개국 정상이 참여하는 한아프리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사실을 거론하면서 “글로벌 사우스(남반구 개발도상국)와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한반도 북부의 비타협성과 시대착오적 세계관,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의 균열과 분열의 심화가 (평화를 위한) 우리의 노력을 계속 방해하고 있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조 장관은 “그러나 우리는 긴 안목과 심호흡을 통해 한반도와 역내, 그리고 그 너머의 평화를 굳건히 진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했다.
외교부는 이번 제주포럼에서 여성 외교독립운동으로 바라본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여성의 역할, 북한의 대남정책 변화와 한국의 통일외교 추진전략, 기후복원력 및 적응 증진을 위한 혁신적 접근, 외신기자들의 관점에서 본 글로벌 중추국가로서의 한국의 역할,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등의 외교 세션을 마련했다. 제주포럼은 제주도, 국제평화재단, 동아시아재단이 공동주최하고, 외교부가 후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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