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집중보다 정책 갈무리” 지적
당내서도 “최우선 정책 뭔지 안보여”
지도부 “민생만 생각하며 발의” 해명
금투세 폐지등 野 반대법안 포함… “지금 같은 협상력으론 처리 힘들듯”
국민의힘이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등 5대 분야 31개 법안을 패키지로 묶어 ‘1호 당론 법안’으로 내놨다. ‘채 상병 특검법 수정안’과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위한 특별법’ 등 여당을 압박하는 ‘1호 당론 법안’을 내놓은 더불어민주당과의 차별화를 시도하며 맞불을 놓은 것이다. 하지만 여당 내부에서도 “선택과 집중 대신 백화점식으로 나열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당 108석 대 범야권 192석의 구도에서 “여당이 21대 국회 같은 협상력, 정치력으로 민주당이 반대하는 금투세 폐지,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등을 처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 與 ‘31개 법안을 1호 당론으로’
국민의힘은 31일 1박 2일간 22대 국회의원 워크숍을 마치고 △저출생(6개) △민생(10개) △미래산업(8개) △지역균형발전(3개) △의료개혁(4개) 등 5대 분야에서 31개 법안을 ‘민생공감 531법안’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1호 당론 법안’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점식 정책위의장은 “야당은 정쟁과 보복을 위한 법안을 내놨지만 국민의힘은 민생만을 생각하며 법안을 발의했다”고 말했다.
여당은 저출생 극복을 패키지 법안에서 가장 위에 올렸다.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했던 부총리급 저출생대응기획부를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배우자의 출산휴가를 20일로 확대하는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 등이 핵심이다. 또 유급자녀돌봄 휴가 신설과 윤석열 정부의 대표 교육 정책인 늘봄학교(방과후수업과 돌봄교실 통합) 지원을 위한 늘봄학교지원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민주당보다 하루 늦게 1호 법안을 내놓으면서도 31개 법안 상당수는 정부가 그동안 민생토론회, 부처 발표로 내놓은 정책을 “우선순위 판단 없이 ‘갈무리’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민생 분야 공약인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납입한도 상향과 기업형 장기임대 도입, 단말기유통법 폐지 등은 민생토론회에서 발표된 내용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집권 여당이 22대 국회에서 최우선적으로 추진하는 정책이 무엇인지 부각되지 않았다”며 “정책의 경중을 세밀하게 따져 최우선 과제를 정하는 대신에 쉬운 길을 택했다”고 지적했다.
● 21대 국회서 처리 미룬 법안 “재탕”
야당의 반발로 21대 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한 법안을 다시 1호 법안으로 내놓아 국회 처리가 불투명하다는 시각도 있다. 금투세 폐지와 현재의 주식 양도세 과세체계를 유지하는 소득세법 등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금투세 도입은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2020년 국회를 통과했지만 유예를 거쳐 2025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야권은 이들 법안에 대해 ‘부자감세 반대’ ‘조세정의 실현’ 등의 이유를 들어 예정대로 2025년 시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여야 간 극심한 의견 대립을 보였던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법안도 처리하겠다고 했지만 국회 처리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야 간 정쟁 속에 21대 국회에서 우선순위에 두지 않았던 민생 법안들을 “당론 법안으로 포장해 재탕했다”는 지적도 있다. 양육 의무를 다하지 못한 친부모가 자녀의 유산을 상속하지 못하도록 하는 일명 ‘구하라법’(민법 개정안), 인공지능(AI)기본법, 사용후연료 영구처분 시설 마련을 위한 ‘고준위방폐물관리특별법’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법안은 여야가 공감대를 이뤘지만 ‘채 상병 특검법’ 등 정쟁 이슈에 묻히며 21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았다.
한편 지난달 30일 국회 개원 첫날 열린 워크숍 만찬에서 윤 대통령이 의원들과 술잔을 나눈 것에 대해 정치권에서 비판이 나왔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민생 법안도 거부하고 채 상병 특검법도 거부하면서 기분 좋다고 술이나 잡수고 계신다”고 꼬집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