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연쇄도발에도 중·러 용인에 경고 차원
한미, 한미일 3국 국방회담 맞춰 강력한 확장억제 과시
미국 전략사령부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괌 기지에 미 해군의 오하이오급 전략핵잠수함인 루이지애나(SSBN 743)가 입항했다면서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SSBN은 전략폭격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함께 미국의 3대 핵전력으로 꼽힌다. 적국의 핵공격 등 유사시 수십, 수백 배의 핵 보복을 가하는 절대무기로도 불린다.
미군 당국이 SSBN의 괌 기항을 공개한 것은 지난해 4월 이후 처음이다.
대남 오물풍선과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교란공격, 전술핵 타격 수단인 초대형방사포(KN-25)의 무더기 발사 등 북한의 잇단 도발과 이를 용인하는 중국과 러시아에 경고장을 날린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싱가포르에서 아시아안보대화(샹그릴라 회의)에서 한미, 한미일 안보장관 회의가 잇달아 진행 중인 가운데 미국의 역내 동맹국에 대한 확장억제는 공고할 것임을 강조하는 차원으로도 풀이된다.
이날 공개된 사진에는 루이지애나 호가 예인선에 의해 항구에 정박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미 전략사는 “정기적 기항 일정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타이밍이 예사롭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북한의 대남 연쇄 도발에도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이를 두둔하는 등 북-중-러 밀착이 강화되는 데 경고장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다.
군 관계자는 “또 한미, 한일, 한미일 3국 국방장관 회담이 잇달아 진행되는 싱가포르 아시아안보대화 기간에 미국의 강력한 확장억제 의지를 과시하는 차원으로 보인다”고 했다.
오하이오급 SSBN은 수개월간 수중에서 대기하다가 적국의 핵공격 즉시 트라이던트2(D-5)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핵보복에 나선다. 지난해 7월 42년 만에 부산항을 통해 한국에 입항한 바 있다.
오하이오급 SSBN에는 20발의 트라이던트2가 실려 있다. 트라이던트2 1발엔 저위력핵무기(5∼7kt·킬로톤·1kt은 TNT 1000t 파괴력)부터 수소폭탄급(475kt)까지 다양한 위력의 핵탄두가 최대 14기까지 장착된다. 각각의 핵탄두는 서로 다른 표적을 향해 날아간다. 단 1발로 한 국가의 주요 도시와 표적들을 일거에 초토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1척에 실린 핵탄두의 총위력은 히로시마 원폭의 수백 배∼1000배 이상으로 평가된다. 군 관계자는 “SSBN 1척의 핵무장은 북한을 석기시대로 되돌리거나 아예 지도에서 지워버릴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SSBN은 미국의 가장 중요한 전략무기이자 가장 값비싼 핵전력이다. 생존성과 은밀성이 핵심인 만큼 기지 출항 후 복귀 때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외국 기지의 기항 사례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간 미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나 연합훈련 때 핵추진잠수함(SSN)이나 순항미사일 탑재 핵추진잠수함(SSGN)을 한반도로 전개했다. 이 잠수함들에는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 등 재래식 정밀타격 무기만 실려 있었다.
미국은 현재 14척의 오하이오급 SSBN을 운용하고 있다. 향후 2t급의 차세 대 SSBN(컬럼비아급)을 2031년까지 12척 확보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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