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원내대표 선거 당심 20% 반영
당헌개정 추진에 “의견 더 들어야”
의총서 이의제기, 지도부 속도조절
당안팎 “일극체제 최소 견제 작동”
“의원들의 의견을 더 들어봐야 할 사안이다. 이렇게 보고만 하고 넘어가선 안 된다.”
지난달 30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친명(친이재명)계 핵심 A 의원이 당헌·당규 개정 태스크포스(TF)의 개정안 보고에 대해 공개적으로 이의를 제기했다. 이날 TF가 보고한 개정안에는 국회의장단 및 원내대표 선출에 당원투표 결과를 20% 반영하는 등 권리당원 권한 강화 방안 및 대선에 출마하는 당 대표 및 최고위원은 선거 1년 전 사퇴해야 한다는 규정 개정안 등이 담겼다. A 의원은 이재명 대표의 핵심 측근 그룹 ‘7인회’ 출신이다. 이날 의원총회에는 이 대표도 참석해 있었다. 다른 의원들도 의총이 끝난 뒤 A 의원의 발언을 격려하는 등 동조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우상호 전 의원 등도 당원의 국회의장·원내대표 선출 참여에 대해 반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애초 민주당 지도부는 22대 총선 이후 당이 사실상 친명계 일색으로 재편된 만큼 당내에서 큰 반발이 없을 것으로 보고 개정안을 빠르게 처리하겠다는 계획이었다. 다만 예상하지 못한 이견이 터져 나오자 “의견을 더 수렴하겠다”며 뒤늦게 속도 조절에 나서기로 했다. 당 안팎에선 “이 대표 일극(一極) 체제에 대한 최소한의 견제 장치가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 친명계도 “‘권리당원 강화’ 신중해야”
2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당초 이날 의총에서 개정안을 보고한 뒤 이르면 3일 당무위원회와 중앙위원회를 차례로 열어 신속하게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었다. TF 위원장인 장경태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의총 보고 후 당무위 안건으로 최고위 의결 후 바로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당 핵심 관계자는 2일 통화에서 “3일 당무위에서는 지역위원장 인준만 이뤄지고, 당헌·당규 개정안은 당내 의견을 충분히 더 수렴한 뒤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의총을 추가로 여는 대신 5일로 예정된 전국지역위원장-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개정안에 대해 논의하겠다는 방침이다.
친명계 내에서도 신중론이 제기되면서 개정안 처리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의총에 앞서 당 지도부 내에서도 “토론을 더 해봐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고 한다. 당 지도부 핵심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의장·원내대표 선출에) 당원투표 20%를 반영하겠다고 했는데 비중이 너무 높은 것 같다”며 “당원들의 압도적 지지는 숫자로 반영된다기보다 의원들에게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지도부 의원도 “당원들의 권한 강화만 이야기하고 그들의 책임 강화는 논의된 적이 없다”며 “당원과 의원들이 상호 보완할 수 있는 관계가 될 수 있도록 숙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당 대표나 최고위원이 대선에 출마할 경우 선거 1년 전 사퇴하도록 한 당헌에 예외 규정을 두기로 한 것이 ‘이 대표 맞춤형’이란 논란이 불거진 점도 지도부의 ‘속도전’ 계획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칫 당내 2세대 비명(비이재명)계를 만들 빌미가 될 수도 있다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 “친명계 內서도 균형심리”
당내에선 이를 두고 친명 내 일종의 균형심리가 작동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당 관계자는 “국회의장 선거에서도 이 대표가 밀었던 추미애 의원 대신 우원식 의원이 당선되지 않았느냐”며 “이 대표나 지도부가 생각하는 것처럼 당내에 단일대오가 강하게 형성돼 있는 건 아닐 수도 있다”고 했다.
이에 맞서 당내 강경파는 ‘개딸’(개혁의 딸)의 지지를 동력 삼아 개정안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원외 친명계 모임인 더민주혁신회의는 당원 등 1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국회에서 ‘당원 중심 정당혁신 실현방안’ 토론회를 열고 세 과시에 나섰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열성 당원들이 미약한 저를 최고위원으로 만드는 기적을 이끌었다”며 “국회의원의 마음과 당원의 마음이 서로 다르지 않고, 하나가 되는 과정 중에 있다”고 했다. 정청래 최고위원도 “원내대표도 국회의장도 선거에 당원들의 뜻이 반영되도록 당헌·당규를 개정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당원 달래기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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