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일 “저출생 대책을 위한 여야정 협의기구 설치를 제안한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제안한 저출생대응기획부 설치에도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연금 개혁과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에 이어 저출산 이슈도 선점해 민생 관련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가 역량을 총동원해 결혼·출산·양육·취업 등 포괄적인 종합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며 이같이 제안했다. 애초 이 대표와 민주당은 여야정 협의체 설치에 부정적이었다. 지난달 윤 대통령이 이 대표와의 회담에서 여야정 상설협의체 설치를 제안했을 때도 이 대표는 국회 내 협의가 더 중요하다는 취지로 이를 거절한 바 있다.
하지만 이날 이 대표는 “특정 현안, 주요 현안에 대해선 여야정 협의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최근 대통령실과 정부에서 저출생대응기획부를 신설한다고 하고 여당도 관련 패키지 법안을 발의한다고 한다는데 환영한다. 정부조직법 논의부터 입법부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여권에서 추진하는 저출산 정책에 대해선 바짝 날을 세웠다. 이 대표는 “서울시에서 내놓은 정책 중 정관 복원 수술 지원 정책, 이것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또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 의원이 제안한 ‘쪼이고 댄스’ 캠페인을 거론하며 “국민을 능멸하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오세훈 서울시장이 “정·난관 복원 지원은 잔가지”라며 “판을 하려면 전체 나무의 큰 그림을 봐야 하지 않냐”고 맞받으면서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 대표는 대외적으로는 ‘민생 이슈 선점’에 나서는 한편 당 내부적으론 체제 강화를 위한 당헌·당규 개정 작업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이날 당무위원회를 열고 기존 당무위에서 있던 전국대의원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 구성 권한을 최고위로 위임하기로 했다. 전준위는 당헌·당규 개정 권한을 갖는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서는 이 대표와 지도부가 전준위 구성에 직접 관여해 당헌·당규 개정 작업을 진두지휘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다만 당내 의원들의 공개 반발에 부딪힌 ‘국회의장 및 원내대표 선거에 권리당원 투표권 반영’ 등 당원권 강화 이슈와 관련해서는 당내 의견 수렴 절차를 이어가며 속도조절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5선 및 4선 중진 의원들과 오·만찬을 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의원총회 때 나온 공개 반발에 따라 좀 더 숙의 과정을 거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이날 당 홈페이지에 당원 토론 게시판도 신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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