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북한과 합의한 9·19 군사합의의 효력을 정지하면서 북한 접경지인 인천 서해 섬 주민들은 불안한 심정을 숨기지 않았다.
최근 북한이 오물 풍선과 함께 위치확인시스템(GPS) 교란 공격을 이어온 것과 관련해 남·북간 갈등이 고조될 것이라는 우려가 뒤섞이면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4일 오전 정부 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9·19 군사합의 전부 효력정지안을 심의, 의결했다.
2018년 9월 남·북간 군사적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합의했지만, 이날부터 대북 확성기 사용과 군사분계선(MDL) 일대 군사훈련 재개가 가능해진 것이다.
이와 관련 인천시 옹진군 백령면과 연평면 섬 주민들은 혹여 남북 긴장감 고조의 유탄에 또 휘말릴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앞선 올 1월 5일~7일 백령도와 연평도 인근 바다에는 350여 발에 달하는 북한의 포탄이 쏟아진 바 있다.
서해 최북단 백령도 주민 차태순 씨는 전화통화에서 “9·19 남북 군사합의가 사실상 무력 됐다는 소식의 뉴스를 접해 알게 됐다”고 걱정 섞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최근 북한의 GPS 교란 공격으로 우리 어민들은 조업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속앓이만 하다가 집으로 돌아오기 일쑤였다”며 “이제는 북한이 포를 쏘는 무력도발을 감행해도 가만히 있다가 당하기만 해야 할 판이구나 싶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북한과 불과 10㎞ 떨어진 연평도에서는 지난 1999년과 2002년 제1·2차 연평해전, 2010년 천안함 피격사건 및 연평도 포격 도발이 발생했던 터라 주민들의 걱정은 더욱 깊었다.
이인송 씨는 “지난 2010년 발생했던 ‘연평도 포격 도발’과 비슷한 끔찍한 일이 벌어져도, 뭐라 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며 “최소한의 방어기제로 작용했던 합의도 무력화되니, 불안하기만 한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고 흥분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김응철 씨도 “북한의 GPS 교란 공격으로 최근 평소보다 50% 적은 꽃게를 낚아 올린 뒤 귀가해서 가계 유지에 충격이 있을 것 같은데, 이제는 군사합의 파기로 생사까지 고민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고 푸념했다.
북한은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2일까지 3500여 개의 오물 풍선을 우리나라로 보내고, 지난달 29일부터 닷새간 서해상에 GPS 전파 교란 공격을 시도했다.
이와 관련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북한의 연이은 도발은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크게 위협함은 물론, 한반도 평화를 심각하게 저해하는 행위”라며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며, 오물 풍선 살포 또한 정전협정을 명백히 위반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GPS 교란은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의 ‘교신 혼란 행위 금지’ 헌장을 무시함으로써, 민간 선박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몰상식하고 저열한 행위”라며 “정부는 북한의 도발에 대해 긴급 NSC 상임위원회 등을 개최해 대응 방안을 깊이 있게 논의했다”고 밝히면서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 안을 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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