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총리가 청와대에서 ‘국가채무비율이 130%로 나왔는데 100% 이내로 다시 전망하겠다’고 보고했다.”
5일 감사원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당시 기획재정부 국·과장들은 2020년 7월 말 보안성이 뛰어난 메신저인 텔레그램으로 이런 대화를 주고받았다. 당시 이들은 ‘나랏빚 경고등’ 역할을 하는 국가채무비율 전망치 산출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고, 이 대화는 당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장관이 청와대 정례보고를 마친 이후에 이뤄졌다고 한다.
그에 앞서 기재부 담당국은 2060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전망치를 ‘최소 129.6%, 최대 153%’로 정해 홍 부총리에게 보고했다. 홍 부총리는 이런 보고를 한 기재부 직원들에게 “(비율을) 두자리수로 만들라”고 지시한 데 이어 이 방침을 청와대에 보고까지 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문재인 정부가 2020년 장기재정전망을 발표하면서 2060년 예상 국가채무비율을 결국 153%에서 81%로 절반 가까이 낮추고, 홍 부총리의 부당한 지시로 결과가 이렇게 왜곡됐다고 감사원이 판단한 건 실무진들이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 등 다수의 디지털 증거들이 결정적 근거가 된 것으로 알려졌댜. 홍 부총리는 감사원 조사 당시 “실무진에게 (수치를) 더 낮추는 시나리오를 검토하라고 했을 뿐 두 자리 수로 낮추라고 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하지만 감사원은 디지털 증거 등을 통해 “장관이 두 자리라는 가이드라인을 분명히 줬다”는 판단을 내렸다.
감사원에 따르면 홍 부총리가 7월 말 청와대에 보고한 이후 기재부 간부들은 홍 부총리를 제외하고 텔레그램방을 따로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 텔레그램방에서 이들은 홍 부총리의 지시사항, 청와대 보고사항, 실무 직원들의 국가채무비율 산출 과정 등을 상세하게 공유했다고 한다. 텔레그램은 한 명이 대화 기록을 삭제하면 상대방 휴대폰에서도 그 내용을 없앨 수 있는 등 보안성이 뛰어난 게 특징이다.
시민단체인 자유대한호국단은 5일 홍 부총리에 대해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다만 감사원은 홍 부총리에 대해 직원들에게 부당한 지시를 했다고 봤지만 이미 퇴직한 홍 부총리에 대해 수사요청은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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