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도깨비’ F-4 팬텀, 55년 만에 퇴역…신성일 친형이 첫 조종사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6월 7일 13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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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수원기지에서 마지막 남은 F-4E 3대 퇴역식
신원식 국방부 장관 ‘명예전역장’ 수여. 후배전투기 축하비행
55년 전 1호기 조종사는 명배우 신성일 친형, 간첩선 격침, 이웅평 대위 귀순유도 등 맹 활약



7일 경기 수원 공군기지에서 F-4 팬텀(사진) 퇴역식이 신원식 국방부 장관 주관으로 열렸다. 1969년 8월 29일 당시 임충식 국방부 장관 등 군 지휘부가 참석해 대구 공군기지에 도착한 F-4D 6대 인수식을 개최한 이후 55년 만이다. 반세기 넘게 조국 영공 수호 임무를 끝내고 전역을 명받은 것.

F-4는 1969년 미국에서 특별군사원조로 처음 도입된 뒤 1980∼90년대 최대 190대까지 순차적으로 도입돼 운용됐다. 앞서 F-4D는 2010년, RF-4C(정찰기)는 2014년에 각각 퇴역했다. 제작사가 검증한 F-4의 설계수명(4000시간)보다 훨씬 장기간 운용한 것이다.

이후 수원기지의 마지막 F-4E 3대도 이날 퇴역하면서 ‘하늘의 도깨비’는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게 됐다.

이날 행사는 공군 학사장교로 F-4가 배치된 수원기지에서 근무했던 손범수 아나운서와 서현정 공군 소령 사회로 진행됐다. 공군 군악대와 장대 축하공연과 F-4의 주요 활약상이 담긴 기념영상이 공연됐다.

7일 수원 공군기지에서 열린 F-4E 팬텀 퇴역식에서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수여한 명예전역장. 공군 제공


행사장에는 F-4를 타고 임무 중 불의의 사고로 순직한 조종사들을 위한 ‘호국영웅석’도 마련됐다.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 식순에선 이 자리에 조종헬멧과 태극기가 헌정됐다.

신 장관의 출격 명령에 따라 도입 초기 정글색 도색을 한 F-4E 2대가 굉음을 내면서 활주로를 박차고 마지막 출격에 나섰다. 이후 55년 전 F-4 전투기 첫 도입 당시 조종사와 정비사로 각각 근무했던 이재우 동국대 석좌교수(예비역 소장)와 이종옥 예비역 준장이 등 전·현직 임무 요원들에 대한 감사장, 표창장이 수여됐다.

이후 마지막 비행을 끝내고 기지에 착륙한 F-4E 2대에서 내린 김도형 소령(공사 56기·40) 등 조종사 4명은 신 장관에게 임무 종료를 보고하고, 조종간을 증정했다. 55년간 이어온 팬텀의 모든 임무가 종료됐음을 상징하는 순간이었다.

1969년 8월 29일 강신구 공군 중령이 최초의 F-4D 1번기를 몰고 대구 공군기지에 도착하자 당대 최고의 배우였던 신성일(본명 강신성·가운데)을 비롯한 가족들이 화환을 목에 걸어주면 축하하고 있다.  공군 제고
1969년 8월 29일 강신구 공군 중령이 최초의 F-4D 1번기를 몰고 대구 공군기지에 도착하자 당대 최고의 배우였던 신성일(본명 강신성·가운데)을 비롯한 가족들이 화환을 목에 걸어주면 축하하고 있다. 공군 제고


신 장관의 F-4E 3대에 ‘명예전역장’을 수여하고, 기수에 축하 화환을 걸어주었다. 기체에 “전설을 넘어 미래로!”라는 기념 문구도 직접 썼다. 이어 팬텀과 동고동락했던 예비역 장병들과 마지막까지 팬텀과 함께한 제153전투비행대대원 등 수원기지 장병들도 기체 이곳저곳을 어루만지면서 작별 인사를 건넸다.

마지막으로 F-35A 스텔스전투기 등 후배 전투기들이 축하 비행에 나섰다 F-16 5대는 F-4의 임무 기간(55년)을 상징해 비행 중 55발의 플레어(적 미사일 회피용으로 쏘는 적외선섬광탄)를 발사했다.

KF-16 6대와 FA-50 5대도 기지 상공으로 날아들었다. 1969년 처음 도입한 F-4D 6대와 1975년 인수한 방위성금 헌납기 5대를 각각 상징한 것. 이 밖에 F-4의 모기지였던 대구, 청주, 중원기지를 대표하는 F-15K, F-35A, KF-16의 편대비행으로 행사는 마무리됐다.

1971년 6월 1일 소흑산도(현 가거도) 근해로 침투했다가 F-4D 전투기의 응징 공격을 받은 북한 대형 무장간첩선이 침몰하고 있다.  공군 제공
1971년 6월 1일 소흑산도(현 가거도) 근해로 침투했다가 F-4D 전투기의 응징 공격을 받은 북한 대형 무장간첩선이 침몰하고 있다. 공군 제공


반세기 넘게 활약한 ‘하늘의 도깨비’와 관련된 일화도 많다. 1969년 8월 29일 미국에서 특별군사원조 방식으로 최초 도입된 F-4D 6대 가운데 1번기 조종사는 강신구 중령(당시 35세)으로 당대 최고의 배우였던 신성일 씨(본명 강신성·2018년 별세)의 친형이다.

당시 인도식에는 신 씨 등 가족들이 참석해 강 중령에게 화환을 걸어주면서 축하했다.

1983년 2월 25일 F-4E 전투기가 이웅평 북한 공군 대위가 탑승한 미그-19 전투기 옆에 붙어서 수원기지로 귀순 유도 작전을 펼치고 있다. 공군 제공
1983년 2월 25일 F-4E 전투기가 이웅평 북한 공군 대위가 탑승한 미그-19 전투기 옆에 붙어서 수원기지로 귀순 유도 작전을 펼치고 있다. 공군 제공


F-4는 탁월한 비행 성능과 공대공, 공대지 능력으로 많은 전과를 올렸다. 1971년 6월에 소흑산도(현 가거도) 근해에 출몰한 북한 대형 무장간첩선을 추격해 격침시켰다. 1983년 2월에는 이웅평 북한군 대위의 미그기 귀순 유도작전, 1998년 2월에는 동해에 출몰한 러시아 정찰기 차단작전 등 주요 안보 국면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공군기지#f-4 팬텀#퇴역식#하늘의 도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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