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의 오물풍선 연쇄도발에 맞대응
40여개 중 5개이내로 2시간 방송
北, 확성기 재개에 풍선 추가살포
정부 “국지적 무력충돌 배제 못해”
북한이 8일 밤~9일 오전 대남 ‘오물 풍선’ 테러를 기습 재개하자 정부가 9일 오후 대북 확성기 방송을 6년 만에 전격 재개했다. 이에 북한은 이날 밤 다시 오물 풍선을 한국으로 날려보낸 데 이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이 담화를 내고 “한국이 국경 너머로 삐라(전단) 살포 행위와 확성기 방송 도발을 병행해 나선다면 의심할 바 없이 새로운 우리의 대응을 목격할 것”이라며 오물풍선과 다른 방식의 추가 도발을 위협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심리전 수단으로 꼽힌다. 북한의 오물 풍선 테러에 맞서 정부가 4일 9·19 남북군사합의 전체를 효력 정지시키고 이날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고, 이에 반발해 북한이 또 오물 풍선을 날리면서 남북 간 군사적 긴장감은 급격히 고조되고 있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전방 지역의 국지적 무력 충돌 가능성 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군은 이날 고정식·이동식을 합쳐 사용 가능한 대북 확성기 40여 대 중 상당수를 전방에 설치했고, 그중 5대 이내 고정식 확성기로 이날 오후 5시부터 2시간가량 방송했다. 대북 심리전 방송 ‘자유의 소리’를 고출력 확성기로 재송출한 이날 방송에는 한국의 발전상과 북한 인권 실태, 방탄소년단(BTS) 노래 등의 내용이 담겼다. 군은 일단 이날 한시적으로 방송을 실시한 뒤 “방송 추가 실시 여부는 전적으로 북한의 행동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이후 오후 9시 40분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대남 오물 풍선(추정)을 또다시 부양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추가 도발에 나서면 방송 횟수·시간을 늘리고 북한이 더 민감하게 여길 내용으로 수위도 높여나갈 방침을 우리 정부가 정했지만 북한은 방송 재개 당일 오물 풍선 살포로 보복 조치에 나선 것.
이어 김여정은 이날 밤 담화에서 “우리의 대응 행동(오물풍선 살포)은 9일 중으로 종료될 계획이었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국경 지역에서 확성기 방송 도발이 끝끝내 시작된 것”이라며 “이는 매우 위험한 상황의 전주곡”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쉴 새 없이 (오물풍선의) 휴지를 주어 담아야 하는 곤혹은 대한민국의 일상이 될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전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개최해 대북 확성기 설치와 동시에 방송까지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우리 국민의 불안과 사회의 혼란을 야기하려는 어떤 시도도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NSC 상임위 직후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를 주관해 확성기 방송 실시를 빌미로 북한이 군사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에 철저히 대비할 것을 지시했다.
이날 앞서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전날 밤부터 이날 오전 10시까지 330여 개의 오물 풍선을 띄운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현재까지 우리 지역에 낙하된 것은 80여 개”라고 전했다.
앞서 정부와 군은 북한이 오물 풍선을 다시 살포하면 대북 확성기를 즉각 설치하되 방송 재개는 북한 도발에 따른 우리 인명·재산 피해 수준이나 여론 등을 살피며 결정한다는 방침이었다. 그런 정부가 이날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격 재개하기로 한 건 짧은 기간에 연쇄 도발을 이어온 북한에 강경한 메시지를 전달할 시점이라고 판단해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우리가 확성기 방송을 한다고 하고 실제 아무 조치도 안 하면 (북한에) 추가 도발 여지를 줄 것이라 봤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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