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유성 출장 모자라 484만원 주고 여행사에 보고서까지 맡긴 지방의원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6월 10일 16시 59분


ⓒ뉴시스
지난해 A 시의회는 의원들의 말레이시아·싱가포르 출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4000여 만 원에 여행사와 국외 출장 위탁 계약을 맺었지만 출국 3일 전 이를 취소했다. 법상 정해진 수의계약 금액 한도(2000만 원)의 두 배 금액으로 계약을 맺었다 취소한 결과 여행사에 전체 금액의 70%인 2800여 만 원을 취소 수수료로 물었다. 시민들의 세금이 들어간 지방 예산이 사용됐다.

지난해 같은 곳으로 출장을 다녀온 B 시의회 의원들은 필수적으로 제출해야 할 결과 보고서 작성을 484만 원을 주고 여행사에 맡겼다. 이 출장의 목적은 ‘글로벌 마인드 제고’ ‘다문화 및 고령화 대응’ 등이었으나 의원들의 행선지엔 머라이언 공원, 야시장 등 유명 관광지가 포함돼있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앞서 3∼4월 전체 지방의회의 약 2.8%인 7개 지방의회를 골라 해외 출장 운영 실태에 대한 현지 점검을 진행한 결과 이같은 실태가 드러났다고 10일 밝혔다. 권익위는 이달부터 9월까지 243개 전체 지방의회를 대상으로 최근 3년 간 해외 출장 실태 점검에 착수한다.

권익위에 따르면 2022년 C 시의회는 독일·프랑스 출장을 계획하면서 공무와 관련 없는 베르사유 궁전 관광 일정을 넣고, 44만5170원을 들여 입장권까지 구매했다. 이후 이태원 참사 애도기간 등을 이유로 출장이 취소됐고 취소 수수료 전액이 예산으로 지급됐다고 권익위는 전했다.

D 시의회의 경우 2022년 7박 9일의 네덜란드·프랑스 출장을 계획하면서 4일을 루브르박물관, 에펠탑, 센강 유람선 등 공무와 관련 없는 관광 일정으로 채웠다. 권익위 관계자는 “출장 취소 수수료를 예산으로 충당할 수는 있다”면서도 “그 액수가 과다하거나 외유성 출장에 세금이 부적절하게 사용된 사례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E 시의회의 경우 출장을 준비하며 현지에서 먹을 컵라면과 음료 27만3600원 어치를 의회 법인카드로 구매하기도 했다.

권익위는 출장 실태 전반에 관한 전수 조사를 통해 더 많은 위반·부패 사례들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조사 후 제도 개선 권고는 물론 필요시 배임·횡령, 허위 공문서 작성 등에 따른 수사 의뢰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권익위는 또 올해 86개 시·군의 3649개 조례·규칙·훈령 등을 평가한 결과 지방의회의 예산, 의정활동 등에서 문제점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에 이달 말까지 권역별 20개 지방의회를 대상으로 이해충돌방지제도 운용 현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의원 배우자가 대표인 업체와의 수의계약 체결 현황, 관용차 등의 사적 사용 여부 등이 주요 확인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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