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최재영 씨로부터 명품 가방인 디올백을 수수했다는 신고 사건에 대해 국민권익위원회가 10일 “청탁금지법상 제재 규정이 없다”며 조사를 종결 처리했다.
권익위 정승윤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청탁금지법에 공직자의 배우자를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없다”며 김 여사가 이 법을 실제 위반했는지 판단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권익위는 윤 대통령과 최 씨에 대해서도 “직무 관련성 여부, 대통령기록물인지 여부에 대해 논의한 결과 종결 결정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과 최 씨가 직무 관련성이 있는지와 김 여사가 최 씨로부터 받은 디올백이 대통령 기록물인지에 대해 명확한 판단을 내리지 않고 청탁금지법 시행령 14조에 따라 사건을 종결했다는 것이다. 이 조항은 신고 내용이 언론매체를 통해 공개된 내용에 해당하고 새로운 증거가 없을 경우나 법 위반 행위를 확인할 수 없는 등 조사가 필요하지 않다고 인정될 경우 사건 종결이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참여연대가 이 사건을 신고하면서 서울의소리의 의혹 제기 외에 새로운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고, 윤 대통령과 최 씨의 직무 관련성도 확인할 수 없다며 판단을 사실상 미룬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국민 권익과 공직자 청렴의 보루인 권익위마저 권력의 시녀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174일 끌다 ‘디올백 조사 종결’… 野 “특검 필요”
권익위 “제재 규정 없어”
권익위는 이날 오후 5시 반에 이번 결과 발표와 관련한 긴급 브리핑을 열면서 30분 전에 기자단에 공지했다. 또 기자단 질문을 받지 않은 채 1분여 만에 브리핑을 마쳤다. 권익위가 김 여사 디올백 수수 의혹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 직전 내·외부 위원 15명으로 구성된 권익위 전원위원회에선 사건 종결 여부를 두고 찬반 논쟁이 벌어졌다고 한다. 내부적으로 수사기관에 해당 사건을 넘겨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고, 투표 끝에 다수결로 사건을 종결하기로 결정내렸다는 것.
야당은 거세게 반발했다. 민주당 이해식 수석대변인은 “권익위는 청탁금지법 빠져나가기 ‘일타 강사’를 자처한 것이냐”고 비판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검찰에 일종의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느낌도 있다”며 “결국 검찰에 맡길 수 없고 특검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고 주장했다.
사건을 수사 기관 등에 넘기지 않고 모두 종결하기로 한 권익위의 결정은 지난해 12월 19일 참여연대가 세 사람을 신고한 지 174일 만에 나왔다.
일각에선 이번 결정이 권익위와 별개로 디올백 수수 의혹을 들여다보는 검찰 수사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검찰은 절차에 따라 필요한 수사를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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