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보이콧”, 어제는 신중론 쏟아져
결국 국회의장 사퇴 결의안만 제출
당분간 매일 의총 열고 투쟁 논의
“尹 거부권 남발로 국정 부담” 비판도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의 국회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과 상임위원 강제 배정에 반발하며 ‘강경 투쟁’을 예고했지만 마땅한 대응책을 찾지 못한 채 이틀째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이어갔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는 전날 심야에 이어 11일 오전에도 의원총회를 열었지만 백가쟁명식으로 쏟아진 의견 속에 당론을 정하지 못했다. 특히 전날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국회 일정 전면 보이콧’ 등 초강경 대응 필요성이 거론됐던 것과 달리 이날은 “싸우더라도 국회 내에서 싸워야 한다”는 신중론도 터져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국민의힘은 “내일 다시 의총을 열겠다”며 이날은 민주당 출신 우원식 국회의장 사퇴 촉구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데 그쳤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의총 직후 “우리가 결연하게, 강하게 (민주당에) 맞서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라면서도 “최종적인 결론은 앞으로 더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의원은 “각자 입장이 다 다른데 이렇게 매일 의총만 연다고 답이 나올지 의문”이라고 했다.
● 이틀 연속 의총에도 결론 못 내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2시간 넘게 의총을 진행했지만 소득 없이 회의를 마쳤다. 한 참석 의원은 “어제는 초선들이 앞장서서 강경 노선을 주장했다면 오늘은 중진 의원들이 ‘(국회 안에서) 투쟁하는 모습이 뉴스에 많이 나오게 하자’고 제안했다”며 “회의가 공전하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초선 의원은 “우리가 야당도 아닌데, (국회 일정을) 마냥 거부만 할 순 없지 않냐는 의견도 나왔다”고 전했다.
결국 국민의힘은 이날 우 의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결의안만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결의안에서 “우 의장이 전날 본회의에서 편파적 의사진행과 의사일정 작성으로 중립 의무를 어겼고 강제적으로 국회의원 상임위를 배정하는 등 중대 위법한 권한 남용으로 의회민주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했지만 통과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당 원내지도부는 당분간 매일 의총을 열고 나머지 7개 상임위원장 배분 협상 문제를 비롯해 구체적인 대야 투쟁 방식을 논의하기로 했다. 또 비공개로 선수별 모임, 중진 회의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다만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한 상황에서 의총만 반복하다가는 결국 원내지도부의 리더십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원내 관계자는 “(당내에서 지도부를 향해) ‘앞으로의 전략과 전술이 무엇인지, 확실한 콘셉트와 액션플랜이 없으니 더 많은 고민을 해달라’는 주문이 많다”고 말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의원들이 일일이 당론을 정할 수 없으니 협상 및 주요 결정 과정을 원내지도부에 일임하는 것인데, 이렇게 의총에 의지하는 것이 대응책 마련을 더 힘들게 할 수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자체 국회 일정을 일상적으로 소화하는 방식으로 당분간 ‘집권여당의 직무유기’라는 비판을 피하겠다는 전략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당 차원의 에너지특별위원회를 열고 산업통상자원부 및 전문가들과 함께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프로젝트를 논의했다. 12일에도 노동특위와 외교안보특위 등 내부 특위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특위는 입법 권한이 없기 때문에 민주당이 본격적으로 상임위를 가동하고 당론 법안을 몰아칠 경우 상대적으로 더 무기력해 보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거부권 남발, 결국 尹에 부담”
여권에선 결국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외엔 민주당의 입법 시도를 저지할 방안이 없다는 불안감도 퍼지고 있다. 이 같은 기류를 두고 당내 주류인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 사이에선 불만도 감지된다. 대통령의 잦은 거부권 행사가 결국 국정 운영 부담으로 이어졌다는 것.
한 친윤계 핵심 의원은 통화에서 “지난 2년 동안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 전부 대통령실 부담으로 돌아갔다. 언제 당이 나서서 싸워줘 봤냐”며 “당 차원에서 거부권을 마구 행사해 달라고 하기보다 여야 합의를 통해 최소한 독소조항을 빼는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남 지역 재선 의원도 “집권 여당이 대통령실에 거부권 행사를 요구할수록 여론이 안 좋게 흘러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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