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軍 대응 유도, 도발 명분 쌓기도
북한은 긴장 조성과 염탐을 위해 군사분계선(MDL)과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해 왔다. 육상과 해상의 접적 지역에서 단순 월선을 가장해 우리 군의 대응태세를 떠본 뒤 기습 도발로 허를 찌른 사례가 적지 않다.
대표적 사례가 2002년 6월 29일에 발생한 제2연평해전이다. 당시 북한 경비정의 연이은 서해 NLL 침범에도 군은 어선 단속 과정의 우발적 월선으로 속단했다. 북한 경비정이 아군 고속정을 선제 포격하는 기습도발 뒤에야 군은 성급한 판단이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015년 8월 목함지뢰 도발 20여 일 전 북한군 10여 명이 강원 철원 인근 MDL을 침범했다가 아군 경고사격을 받고 돌아간 것도 ‘도발 예행연습’으로 볼 수 있다.
최전방 지역에서 긴장을 고조시킨 뒤 우리 군의 대응을 도발 구실로 삼는 것도 전형적 수법이다. 2022년 10월 북한 상선이 백령도 인근 서해 NLL을 침범했다가 우리 군 경고사격을 받고 되돌아갔다. 이후 북한군은 ‘남측이 해상완충구역을 침범했다’며 방사포 10발을 NLL 인근으로 쐈다. 의도적으로 NLL을 넘어와 우리 군의 대응을 유도한 뒤 적반하장 격으로 방사포를 발사해 더 큰 도발의 명분을 쌓은 것.
지난해 4월엔 북한 경비정 1척이 백령도 인근 서해 NLL을 침범하기도 했다. 북한 경비정은 우리 해군 고속정의 10여 차례 경고방송을 무시한 채 남하하다가 기관포 경고사격을 받고서야 북상했다. 일각에선 가시거리가 90m에 그쳐 중국 어선을 쫓는 과정에서 단순 월선한 것이라는 주장이 있었다. 하지만 조업 단속을 빌미로 우리 군의 NLL 경계태세를 떠보고, 차후 도발 명분을 쌓으려는 의도라는 분석에 더 무게가 실렸다.
이 밖에도 2014년 10월엔 북한군 20여 명이 MDL 북쪽 50m 지점까지 접근했다가 우리 군이 경고사격을 하자 대응사격을 하면서 총격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군은 MDL과 서해 NLL에서 항시 ‘기만 전술’로 우리 군을 겨냥한 기습도발을 노리고 있다”며 “단순 월선으로 가장한 북한군의 사소한 동향도 예사로 넘겨선 안 된다”고 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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