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한 달가량 남겨 놓고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자신이 4·10총선 때 영입한 초선들과 연쇄 회동하며 세력화에 나섰다. 친한(친한동훈)계는 “총선 참패 뒤 당이 무기력해진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건 한 전 위원장”이라며 출마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당권 주자로 꼽히는 나경원 윤상현 의원도 각각 포럼과 세미나 등을 통해 원내외 인사들과 접점을 늘리고 있다. 친윤(친윤석열)계 내에서 “한 전 위원장의 ‘자기 정치’ 위험성을 견제해야 한다”는 기류가 여전한 가운데 “나 의원이 반한(반한동훈) 대항마가 되지 않겠느냐”라는 관측도 나온다. 전당대회 출마를 고심 중인 소장파 초선 김재섭 의원은 이날 “친윤계의 지원을 받을 생각은 없다”며 개혁성을 부각하고 나섰다.
● 韓, 영입 초선 만나며 세력 확장
한 친한계 의원은 한 전 위원장의 최근 연쇄 회동과 관련해 “한 위원장이 함께 선거를 치를 자산을 확보하는 과정”이라며 “다음 주 후반 정도 되면 누가 함께할지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이미 한 전 위원장의 1호 영입 인사인 한국교총 회장 출신 초선 정성국 의원(부산 부산진갑)은 한 전 위원장과 회동한 뒤 지지 입장을 밝혔다. 한 전 위원장이 비대위 시절 인연을 맺은 김예지 김형동 박정하 장동혁 한지아 의원에 이어 영입인사 출신 초선 등으로 친한계가 확장하고 있는 모양새다. 친한계는 신동욱 의원(서울 서초을)과 ‘갤럭시 신화’의 주인공인 삼성전자 사장 출신 고동진 의원(서울 강남병) 등에게도 러브콜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 모두 한 전 위원장이 영입한 인사다. 한 영입인사 출신 의원은 “영입 인사 대부분은 한 전 위원장과 뜻을 함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당내에선 “총선 참패 뒤 친윤이 구심점을 잃은 사이 한 전 위원장이 세력을 모아 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친한계는 “총선 참패 뒤 무기력한 여당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전투력이 뛰어나고 팬덤을 갖고 있는 한 위원장이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친윤계가 한 전 위원장을 경계하지만 일부는 막상 한 전 위원장이 등판하면 대세론에 힘을 실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친윤계 재선 의원은 “원래 당의 선거는 대세론에 끌려가는 경향이 있다”며 “전당대회가 임박하면 친윤에서 친한으로 갈아탈 사람이 꽤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한 전 위원장의 스탠스가 ‘기존에 있던 사람들은 안 된다’는 것인 만큼 재선 이상과는 심리적 거리감을 좁히기 어려울 것”이란 해석도 있다.
● “친윤-중진, 羅에 힘 실을 가능성도”
한 전 위원장에 대한 반감이 여전한 친윤계 핵심과 중진들이 나경원 의원에게 힘을 실어줄지도 관전 포인트다. 5선 원내대표 출신인 나 의원은 당내 기반이 비교적 탄탄한 데다 대중적 인지도도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나 의원이 13일 의원총회를 30여 분 남겨 놓고 국회에서 연 ‘국회 인구와 기후 그리고 내일’ 포럼에는 의원 25명이 참석해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 외에 잠깐 들러 인사한 의원도 10여 명인 것으로 전해졌다. 포럼에 참석한 한 친윤계 재선 의원은 “나 의원은 한 전 위원장의 높은 지지율에 가장 근접할 수 있는 주자”라고 했다.
친윤계 일각에서도 나 전 의원을 한 전 위원장 대항마로 유력하게 꼽고 있다. 당 관계자는 “한 전 위원장이 사심을 부려 정권을 어렵게 하는 수준까지 갈 수 있다”고 했다.
윤상현 의원도 보수 개혁을 주제로 한 연쇄 세미나로 당권 도전 가능성을 계속 열어 두고 있다. 윤 의원은 이날 “친윤 타도에는 반대한다”며 친윤 세력에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다. 윤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친윤은 같이 가야만 하는 포용의 대상”이라고 했다.
이와 반대로 당권 도전을 고심 중인 김재섭 의원은 자신에 대한 ‘친윤계 지원설’에 대해 “친윤이라는 이름으로 당을 망쳐 놓은 사람들을 개혁하는 게 제 정치적 소임”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친윤계가 한 전 위원장을 견제하기 위한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으로 김 의원을 측면 지원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댓글 0